커다란 은행나무

by 봄날의 옥토

카페 창가에 앉았다.
눈앞에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장엄한 기운을 풍긴다.
무수한 잎들은 막바지 더위에 지쳤는지, 축 늘어진 채 가지에 매달려 순풍에 흔들리고 있다.

오늘 내가 앉은 이 자리를 스쳐 간 수많은 사람들 역시 저 은행나무를 바라보았으리라.
한겨울 앙상한 나목부터, 초봄 가지를 뚫고 솟아난 새눈의 생명력, 한여름의 푸르름,
그리고 가을이면 황금빛 은행잎으로 화려하게 수놓인 모습을.

은행나무 또한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긴 이들을 지켜보았을 터.
마주 보며 교감했을 수많은 인연과 사연, 그 속의 아름다운 시간들.

나무 깊숙이 품은 열매처럼, 그 또한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지 모른다.
묵직한 침묵 속에 비밀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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