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산책을 나섰다.
흐린 날씨 탓에 구름 뒤로 숨어버린 달은, 온전한 빛을 전해주지 못하고
희끄무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밤공기를 마시며 걷고 있는데,
길섶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검은 무언가가 있었다.
우린 서로 놀란 나머지 꼼짝 않고 서로를 응시했다.
검은 고양이었다.
겁먹은 듯 경계하는 듯, 동그랗고 빛이 나는 두 눈이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맞춘 채로 상대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큰 몸집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고양이는 마치 검은 재규어 같았다.
턱을 내린 채 계속해서 눈빛을 쏘아대는 고양이는 내가 바라보며 서있는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가까운 곳에 새끼가 있어서 자리를 뜰 수 없는 것일까.
겨우 구한 먹이를 먹기 직전에 내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감춘 듯 꼼짝하지 않고, 두려움인지 경고인지 모를 눈빛을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읽어내고 싶었지만,
무언가 감춘 듯 경계하고 있는 그를 위해 내가 먼저 자리를 뜨기로 했다.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검은 존재는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