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눈부시게 새하얀 화면에 작은 막대 하나가 깜빡거린다.
나는 그 깜빡임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어느 날엔 신나게 달리고 어느 날엔 쉬엄쉬엄 걸었을 검은 커서.
쉬지 않고 박동하는 커서는 내 심장과 함께 뛰는가.
언제든 춤출 준비가 되어 있는 커서는 조용히 나를 기다린다.
맥동하면서.
네가 마구 내달렸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
내 손가락과 너는 신이 나서 박자 맞추며 춤을 추었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전해지고,
너는 광활한 눈밭에 첫 발자국을 찍듯 신나게 달렸어.
새하얀 눈밭을 가득 채웠던 나의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고,
나는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너와 함께 춤추었을 뿐인데,
글이 탄생하고, 마음을 연결한다.
오늘도 나는 검은 커서와 춤출 준비를 한다.
깜빡이는 검은 커서는 하얀 세상에 어떤 발자국 찍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