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검은 08화

그림자

by 봄날의 옥토

햇볕이 점점 강해지는 계절.
몇 달 전보다 짧아진 그림자를 느끼며 터덜터덜 걷는다.
땀방울을 닦아내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다.
곁에서 힘없이 따라오는 검은 그림자도 묵직하긴 마찬가지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는 또 다른 나.
오늘도 묵묵히 나를 따라온다.

고단한 날엔 힘없는 모습으로, 기쁨 가득한 날엔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그림자는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했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기고
그림자는 사라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달빛 아래, 혹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림자는 다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어둠 속에서도 빛이 있음을 상기시키듯이.
그렇게 나는 인생의 구렁텅이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나.

빛이 있어야만 만날 수 있는 그림자는
어둠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시련이 닥쳐 눈앞이 캄캄해질지라도
가까이에 늘 빛이 있음을 그림자는 조용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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