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깊은 암흑.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형형색색의 영상과 글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호기심 가득한 내 얼굴만 흐릿하게 떠오른다.
휴대전화 검은 화면엔 허연 손자국이 복잡한 지도처럼 얽혀있다.
무엇이 그리도 궁금했을까.
무엇을 꼭 사야만 했을까.
무슨 음악이 듣고 싶었을까.
누구와 대화하느라 내 손가락은 그토록 바삐 움직였을까.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휴대전화는 늘 손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왜 나는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는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리는 알림 소리에 반사적으로 화면을 켠다.
내가 알아야 할 일이 그렇게 많은가.
그럴 때마다 손가락은 움직이고, 희뿌연 손자국은 더 복잡한 궤적을 그려간다.
쉴 새 없이 알려주는 정보를, 나는 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
손끝의 습관은, 시선을 잡아두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휴대전화의 알림을 모조리 꺼보았다.
한동안 내 손은 잠잠했다.
손의 감각이 조금씩 무뎌질까.
손바닥만 한 기계가 다시 일상을 압도하기 전, 나는 디지털 침묵 속에서 조용히 자각했다.
자유로워진 손은 새로운 것을 찾아 움직이겠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이 가장 많은 것을 느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