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제주도를 찾았다.
화산섬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기묘하면서도 경이로운 자연,
나는 그 순간을 온몸으로 느꼈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마주한 검은 모래 해변.
지금껏 본 적 없는 풍경에 탄성을 질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묵직한 해변의 고결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멀리 하늘에서 밀려온 파도는 검은 모래에 닿자마자 새하얗게 부서졌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포말은 검은 모래와 아름다운 흑백의 대비를 이루고, 모래를 더욱 검게 부각시켰다.
수만 년 동안 바다는 검은 모래를 하얗게 씻어내려 했지만, 모래는 다만 부서지기만 할 뿐, 변함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다음 파도를 기다렸다.
달과 지구가 서로 끌어당겨 파도를 일으킨다는데, 그 조화로운 사랑을 검은 모래는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다를 향한 깊은 사랑을 품은 채로.
떠날 수도, 떠날 마음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