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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13. 2019

만남, 계속 정리 중입니다만

비워도 허전함은 없더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대화를 나눌 때인데, 이는 약 2년 전 나와 친한 어느 부부모임을 통해 분명하게 생겨난 나만의 만남의 정의이다.


"저는 삶에 우선순위를 두고 삽니다. 저의 가족이 가장 1순위이지요. 그리고 일입니다." 

가장 최측근의 조언보다 조금 먼 관계에서 나온 말이 오히려 나에게 나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나는 의미 없는 만남들을 하나둘씩 정리해갔다. 가뜩이나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닌데 또 정리한다는 것이 우스웠지만, 그래도 지워나가야만 했다. 나도 내 가족이 내 삶의 가장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미 없던 만남의 친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가장 오래된 친구들이었다. 간도 쓸개도 다 빼 줄 것만 같았던 친구들이었음에는 분명하다. 아니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서로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은 후 다시 카톡방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 친구들은 나와 성향이 정 반대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만남을 하고 와서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쌓인 다는 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임을 분명하게 일깨워 주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쩌면 나와 같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약간의 모지리와 같은 기대와, 나의 허전한 어딘가를 채워주기위한 욕구충족 때문에 내가 모임 이 모임을 계속 끌고 있었던 것임을 이제야 고백한다. 


"허전함 따위는 개나 줘버려" 

내가 사람 정리를 하며 두려워한 것은 내가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더 고립되지 않을런지, 내가 우울하진 않을런지....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내 마음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고, 나는 더 바빠졌다. 내 머릿속이 바빠진 것이다. 먼저 연락을 취해 모임을 만들고 시간을 정하던 내 행동의 에너지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생각은 나를 생기있게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생각들을 정리할 때 솟아나는 에너지속에서 허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홀로 외로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고 정리 할 시간이 더 필요한 요즘이다.  


"또 새로운 인연"

어쩌다보니 우연치 않은 곳에서 새로운 인연이 또 시작된다. 단골집 까페 사장님, 올해 만난 직장동료이자 이웃사촌, 동네에서 먼저 말 걸어와준 아기엄마. 오늘은 그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러 나간다. 나만의 만남을 정의한 이후, 새로운 인연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은 아직까지 나에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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