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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11. 2019

부정적인 감정도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삶에서 깨달은 것들

나는 감정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기쁨, 슬픔, 행복, 즐거움과 같은 좋은 감정에 대한 관심 보단 슬픔, 분노, 시기,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더 관심이 많으며, 때론 애착까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사람은 아니고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데, 그 이유는 어렵고 힘든 순간엔 항상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옆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는 슬픔과 고통, 좌절들이 나에게 있었다.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슬픔이 차오르다 보면 눈물로 변하고, 그 눈물은 사라져 어느덧 시기와 질투, 열등감만이 내 속에 남아 있었다.

그 감정들을 오랫동안, 고스란히 살펴보니, 긍정적인 감정만큼 부정적인 감정도 내 삶의 원동력이 될만한 에너지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 입시, 임용시험 준비기간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약간의 분노는 나를 이롭게 했다."

아직 인생의 1/3 밖에 살지 못했지만 가장 힘든 순간은 입시 재수생과 임용고시생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시작된 재수생 시절,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조건 닥치고 공부뿐이었다. 먼저 합격하여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는 핸드폰을 더 이상 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누구와 연락하지 않으리. 그때 내 감정은 이미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상태였다. 때로는 열등감도 찾아왔다. 이러한 감정들은 내가 행동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라고, 가만히 있지 말라고.

그렇다고 1년 내내 시기와 질투만이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행복감과 안정감, 즐거움도 존재했다. 어딘가에 집중하고, 공부하다 보면 당장은 책임져 줄 수 없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밀려온다. 둘도 없는 재수 친구와 모의고사를 본 후 맛있는 것 찾아 나서며 말도 안 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유쾌함이 생겨난다.    


 " 불안감과 초초함, 되도록이면 경계해야 하는 감정, 분노는 고시생활의 활력소"

입시의 경쟁은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임용의 길은 불안감과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이는 시기, 질투와는 다른 감정이고 나를 혼돈에 빠지게 하며, 에너지의 기운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감정들이었다. 되도록이면 그 감정들과는 멀리해야 했지만 끝까지 이 둘도 내 옆을 맴돌았다. 이 감정을 제거하기 위해 기계처럼 1년을 살기도 했다. 5시 38분 첫차를 타고 노량진행- 10시 학원 불 꺼질 때까지 자습. 불안감, 초조, 좌절, 시기와 질투, 패배의 분노, 평온함의 사이클은 1년 내내 지속되었다.

그중 분노는 나를 기계처럼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매주마다 모의고사를 보고 등수를 확인하기- 등수가 내려가면 분노가 생겨나지만 올라가면 안도감이 생긴다.

그 당시 깨달았다. "분노는 내 인생의 모토이자 삶의 원동력" 였다는 사실을.


"교직생활 10년 차, 부정적인 감정은 혈기왕성할 때 통한다"  

시기와 질투, 분노라는 감정 덕분에 빠르게 고시생활을 청산할 수 있어 나는 그 감정들을 꽤나 아낀다.

그러나 나이가 점차 들고 애엄마가 되다 보니 다시 그 감정들을 사용하기엔 감히 엄두가 안 난다.

시기와 질투, 분노의 감정이 싹틀라 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다 보니 조금은 부드럽게 헤쳐나가고 싶기도 하다. 이제는 부드러운 힘이 있는 감정들에게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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