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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01. 2019

육아정보 홍수 속에서 엄마가 살아가는 법

나의 소신과 신념에 귀를 기울여보기

체육대회. 소풍 전날만 되면, 나는 항상 엄마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엄마! 내일 올 수 있어?"(나)

"엄마는 내일 안되고, 할머니가 같이 가주실 거야." (엄마)

"......" (나)

우리 엄마는 간호사셨다. 아침 일찍 눈을 떠도 엄마의 온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밤에 졸음을 참아가며 엄마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잠들어있다.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나를 키워주시다 보니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티브이에서 애국가가 나오는 것을 보며 초저녁에 잠드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나는, 엄마가 가끔 그리웠다. 그중 엄마가 가장 그리웠던 날은 소풍 가는 날, 체육대회 날이었다.


자유분방하게 자랐던 나의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를 돌봐주셨지만 나와 놀아주지는 않으셨다. 할머니는 집안일하기에 바쁘셨고, 할아버지는 집에서 홀로 화투를 하시거나 경로당에 다녀오셨다. 나와 4살 어린 남동생은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남아 있던 유일한 아이들이었다.

"미닝아~~~~~!(민영) 빨리 들어와! 저녁 먹어야지."(할머니)

"좀만 더 놀고요!"

놀이터는 항상 활기가 찼던 곳이다. 언니들이 모여있으면 고무줄놀이를 하고, 언니 오빠 다 같이 모여있으면 비석 치기,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했었다.

"꼼꼼아 꼼꼼아~ 누가 찍었니?" (다 같이)

어릴 적엔 성격도 사내아이 같아서 남자아이들과  팽이치기, 딱지치기도 곧잘 어울려 했었다. 옆 집에 살았던 사촌오빠를 불러 찍기를 전수받고, 아스팔트에 불꽃이 튀기며 팽이를 돌릴 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렇게 놀다 보면 엄마의 그리움 대신 즐거움만이 가득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릴 적 일대일로 놀아주신 적은 없으셨지만, 쉬는 날이면 어딘가를 많이 데려가셨다. 특히 매주 토요일 학교 방과 후 아빠는 나와 동생을 무조건 산으로 데려가셨다.(토요일도 학교 가는 날이었다) 정상에 오르기 전까진 물도 잘 안 주셨다. 쉬는 것도 오래 쉬지 못하게 하셨다. 그래서 어렸을 적 나는 토요일이 제일 싫었다.

내게 가장 즐거웠던 날은 수영장에 가는 날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처음으로 엄마의 역할을 맡다 보니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육아서적이나 정보를 뒤져가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한 동안 내내 확인했었다. 분유를 안 먹어도 무슨 이유 때문에 안 먹는지, 응가 색이 조금만 바뀌어도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다. 육아서적이나 블로그에선 개월 수마다 어떤 놀이를 해줘야 한다고 적혀있다 보니 최대한 그 내용을 따랐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문화센터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프면 괜스레 내가 아프게 한건 아닌지 하며 종일 걱정했다. 어떠한 걱정이 있을 때마다 나는 더욱 육아정보를 찾으며 집착했었다.

책꽃이 한켠엔 유아서적이 있다
육아덕분에 전자책에 입문하였다


워킹맘 1주년

직장에 다니며 피곤한 몸뚱이가 된 지 어느덧 1년, 오랜 시간 직장에 있다 보니 육아서적이나 블로그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 대한 불안감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몸이 피곤하다 보니 육아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 나에게 있어 사치가 되어버렸다. 어린이집에 데리고 와 씻기고 밥 차리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 8시가 훌쩍 넘는다. 그 사이 아이는 알아서 꽁냥꽁냥 혼자 잘 놀기도 하고 엄마한테 말을 걸러 종종 온다. 티브이도 보고 싶다 하면 아주 오래는 아니지만 보여주기도 한다. (한 시간 정도)

취침 전 책을 몇 권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나를 재우는 건지 내가 아이를 재워주는 건지 헷갈릴 정도가 된 지 오늘이 1주년째이다.


이런 생활을 유지하다 보니 가끔 아이를 심심하게 내버려두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일일이 옆에 붙어서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나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큰 종이박스 상자를 들고 오면 그 안으로 들어가 운전놀이를 하거나 집 놀이를 하고, 버려진 큰 달력 종이에 상어 그림을 그려가며 흡족해했다. 동화책을 바닥에 한 줄로 놓고는 징검다리라 하며 엄마도 와서 해보라 한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스스로 놀이를 찾아다니며 만들었었는데, 어른이 된 우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서 만들어주고 있다. 주말이 되면 아이들을 어디에라도 데려가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려는 부담을 안고 살다 보니, 맞벌이 부부에게 일주일이란 월화수 목금금 금과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이 OECD저출산율 1위가 되다 보니 아기가 예전보다 귀하고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 것도 이러한 변화를 자초한 듯하다. 그러나 보니 육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너무나도 많은 육아의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화 시대에 발 빠른 정보가 중요하다 보니 우리는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받으며 이를 따르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엄마를 더 불안하게 하는 건 넘쳐나는 정보들이 아닐까.


실제로 Maryland Population Research center에서는 엄마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했다. 전국적인 데이터를 이용하여 엄마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이의 학습능력, 사회성,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고, 두 가지 결과가 도출되었다.


첫째, 3-11세 자녀의 경우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이 자녀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둘째, 청소년기의 자녀의 경우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 아이에게 간섭하는 시간이 길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3-11세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 동안 11-3-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예상외로, 아이들은 부모님과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는지와는 크게 관계없이 학습하고, 사회화되었다고 한다. 즉,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시간을 그리 많이 투자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크는 셈인 것이다.


조금은 우리도 부담으로부터 해방되어, 스스로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부모가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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