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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03. 2019

근력은 엄마의 배터리 용량을 늘려주었다

극 저질 체력-건강체력으로 오기까지 운동하나. 필라테스

2015년 10월 분만예정 날로부터 4개월 전

"아기 머리가 저 밑에까지 내려왔네요...당장 입원하셔야겠어요. "(의사)

"네?! 진짜요?!"


그날부터 나는 고위험 임산부로 지정되었다. 너무 이른 시기부터 입-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예상을 초과하는 돈이 지출됨에, 그해의 겨울을 느낄 수 없음에(눈 구경을 한 적이 없다), 남편은 해외로 잠시 파견 나가 있음에,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고 예민한 상태였다.


사실 이러한 상황엔 이유가 있는 법. 임신 초기부터 약 250시간 가까운 연수를 일반 사람들처럼 똑같이 받아가며 쪽잠만 자고 공부한 이유 하나, 일을 쉬엄쉬엄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한 이유 둘. 즉 스스로 내무덤을 내가 판 것이다.

 

톡톡한 대가를 치른 받은 만큼, 몸의 회복 비용도 톡톡히 치르다

몇 개월을 누워 지내다 보니 출산을 해도 내 몸은 송장과도 같았다. 우연히 인바디 측정 기회가 생겨 나의 근육량을 측정해보니 18.9kg으로 줄어있었다.(정상일 때 23kg) 누운 개월 수만큼 근육량이 빠져나간 듯했다. 여기에 허리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가보니 척주가 이미 플랫이 된 상태에다 디스크도 신기하게 잡혀있어 자칫했다간 바로 터질 기세란다. 결국 난 또 거금의 돈을 내어 수 차례의 도수치료와 허리-코어운동을 함께 배우기 시작했고, 집에서 틈나는 대로 허리와 코어운동을 했지만 여전히 몸의 근력은 돌아오지 않았다(척추는 다행히 바로 잡혔다). 그리하여 출산 후 운동으로 무엇이 좋을지 밤낮없이 며칠 동안 찾으며 고민하던 도중 필라테스를 다니기로 결심하였다.  


출산 후 4개월, 첫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 - 근력의 정상화

바로 집 앞에 있는 필라테스 학원을 찾아가 1일 무료 체험을 한 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개월치를 바로 등록했다. 1년 넘게 근력운동을 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보다 자세를 오래 버틸 수 없는 나 자신을 보며 셀프 굴욕감을 느꼈다. 수업 후 바들바들 떨리는 온몸을 보며 나의 극 저질체력을 비난하면서도 오랜만에 몸을 제대로 쓴 것 같아 나름 시원하기도 하고 개운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주 3회 1시간- 1달이 지나니 나의 근력이 서서히 붙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실제로 수업 2달 후 나의 근육은 22kg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필라테스는 남녀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며,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나 할 나위 없이 좋다. 이 운동을 창시한 사람은 독일 스포츠 연구가인 '요제프 필라테스'인데 그가 1차 세계대전 때 랭커스터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건강을 위하여 고안한 운동방법이 필라테스의 원형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 운동이 요가와도 비슷하기도 하고, 복장도 레깅스와 함께 달라붙는 상의를 입다 보니 여자들만의 운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필라테스는 이완을 중심으로 하는 요가와 달리 근육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운동으로, 특히 복부의 코어 근육과, 척추,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을 단련시켜준다.


출처 dreamstime

근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변화된 나의 삶

근력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나는 다시 3개월을 재등록하였다. 근력운동을 시작하며 가장 변화된 것은 첫 번째로 나의 식욕이었다. 출산 전 후 식욕이 별로 없어 하루 한 끼만 고수하며 살았었는데, 운동이 끝나고 나면 몸에서 단백질을 찾는 신호가 바로 생기기 시작하다 보니 식욕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식욕이 늘어나니 전보다 내 몸속의 기운이 더 남아 있음을 느꼈고 육아도 예전보다 수월함을 느꼈다. (예전엔 정신력으로 버티며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듯) 하루는 유모차를 끌면서 장보기를 하고, 하루는 문화센터를 갔다가 아기 엄마들하고 차 한잔도 하고, 하루는 혼자 유모차 끌고 전철 타보기도 하면서, 엄마로서의 행동을 하나씩 익혀나갔다.


둘째로, 우울감이 사라졌다. 운동 후의 땀과 개운함을 통해 나온 호르몬 덕분 때문인지, 과거에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아기와 남편에게 좀 더 부드러운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을 점점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가 전보다 더 있다 보니 지적인 욕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는 아기가 낮잠 자는 시간, 밤에 잠든 시간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였다. 하고 싶던 영어공부도 하고, 각종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섭렵하며 읽었었다.


이래저래 근력운동은 나의 삶을 더 윤택하고 풍요롭게, 즐겁게 해 주었다. (덕분에 10개월 아기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스페인도 다녀오는 경험까지 가졌다) 여전히 지금도 이어지고 나의 근력운동은 현재 헬스로 대체되었는데,  남는 최적의 자투리 시간을 바짝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계속 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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