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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06. 2019

새 학기, 아이들의 모습

휴식이 필요한 아이들

3월의 새 학기는 시작되었는데 하늘은 여전히 어두컴컴하기 만다. 예전 같으면 따스한 봄기운과 햇살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는데, 며칠 내내 미세먼지의 기운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래서 더 그런 걸까. 올해 갓 입학한 아이들의 표정엔 다양함이 없었다. 입학식 끝남과 동시에 이어지는 3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은 이를 더욱 지속시켰다.


3시간의 오리엔테이션 요지는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생기부 기록이 풍부해지는데, 이는 대학입시를 좌우한다'였다. 강의가 끝나기 30분 전에 들어갔던 나 마저도 10분이 지나니 딴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이미 대부분 전사하여 딥-슬립 중이시다. 그나마 생기 있던 아이들은 화장실에 갔다 와도 되냐고 물어보는 몇몇의 아이들 뿐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3시간 동안의 국-영-수 진단평가가 아이들을 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등교 둘째 날. 

화요일 7교시, 음악수업이 아닌 자율수업 담당으로 1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올해 1학년 아이들을 만날 기회는 이 시간뿐이다. 자율의 첫 시간은 우리 부서에서 준비해야 했다. 며칠 전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정말 잘 만든 학생폭력 교육영화 한 편을 찾았다(한밭고에서 만든). 영상은 굉장히 사실과 흡사해 나 조차도 엄청난 몰입이 되었다. 이후 학생폭력 근절을 선서하며 서약서를 작성하기로 결정한 순간, 진로교육프로그램 관련 동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로담당 선생님의 긴긴 설명이 이어지다 보니 아이들은 나누어준 홍보지 얼굴에 낙서를 하거나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관심 있게 보는 학생은 단  2명뿐이었다.


배움의 결핍이 없는 아이들에겐 표정의 결핍이 있었다.

아침 등교 후 7시간 내내 교실에 앉아있었던 아이들의 표정은 어제와 같이 여전히 '무(無)'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방학 동안 야심 차게 준비했던 교사들의 계획들은 하나의 물거품처럼 느껴졌다. 배움의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학교를 통해 배움의 의지마저 꺾이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94년 서태지가 작곡했던 '교실 이데아'의 가사가 여전히 유요함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돌발 행동

나는 약 10여분 정도 남은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얘들아, 샘이 노래 한곡 해줄까?"

순간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무(無) 작정' 노래를 불렀다. 끝나고 난 후 아이들의 표정에 하나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웃는 아이들, 어이없어하면서도 웃는 아이들, 희한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너희들의 표정이다.

학생이 그린 그린 그림 중 하나,  음악이란 휴식이라고 정의하였다.

오늘따라 음악수업을 통해 쉼을 불어넣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하루에 50분 수업- 단 10분의 휴식(그것도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을 7회 반복하고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 이를 5일 내내 반복하는 아이들... 너무 많은 가르침들이 아이들의 배움의 자유의지를 꺾이게 하진 않을는지 하는 진정한 걱정이 밀려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진정한 휴식공간은 자신의 책상인 듯했다.


직장인들도 워라벨을 중시하듯이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배움과 휴식의 벨런스가 필요하다. 실제로 휴식은 우리에게 많은 더 많은 이로움이 있고 이는 많은 연구와 뉴스들에서도 나온다. 심지어 지루할 정도의 휴식은 우리에게 많은 창의성을 가져다준다는 연구도 있다.


http://kormedi.com/1260745/%ec%b0%bd%ec%9d%98%eb%a0%a5%ec%9d%98-%ec%9b%90%ec%b2%9c%ec%9d%80-%ec%a7%80%eb%a3%a8%ed%95%a8/

주 52시간으로 법정근로 시간을 줄이고 있는 이 사회에서, 교육은 이와 반대로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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