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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02. 2019

9. 엄마는 진퇴양난의 상황과도 같다.

엄마의 휴식은 온전한 나를 되찾는 양질의 시간

지난 3월, 살짝 번 아웃된 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달을 맞이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 아이를 키운 지 3년 하고 1달 반이 흘렀지만 나의 진정한 삶과 휴식은 흔치 않다. 그렇다고 엄마이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기엔 나의 가족들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온전한 나만의 휴식을 누릴 수도 없는 현재 나의 상태는 '진퇴양난'에 비유할만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현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가 생각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좀 더 효율적인 쉼, 즉 진정한 휴식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그렇다면 현 상태의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첫째, 엄마라는 이름에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엄마의 머릿속은 온통 아이생각으로 가득하다. 눈을 감고 일어나는 아침에도 아이부터 살펴본다. 심지어  SNS 프로필도 내가 아닌 아이의 사진이 차지하고 있다.(지금 나는 프로필 사진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나 자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점점 까마득히 잊혀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내 이름 석자를 가지고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둘째, 물리적으로 아이와 남편으로부터 쉽게 떨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하루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갖다 보면, 내가 다시 엄마로 돌아왔을 때 그들에게 더 잘 대해줄 수 있는 활력소가 나타난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실제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아주 가끔, 정신은 아이와 남편에게로 갔었다)


셋째, 무언가를 꾸준히 배우거나 취미, 특기 등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휴식으로 간주한다. 엄마의 역할만을 가지고 하나뿐인 삶을 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세상엔 재미있고 배울 것이 어마하게 많은데 말이다.(순전 내 생각이다) 엄마이기 전에 내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라도 나는 휴식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길 희망한다.


최근 엄마의 역할만으로 10년 넘게 살다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사장님을 만났다. 늦게까지 일해도 지치지 않고, 이전의 삶보다 이렇게 모라도 하면서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는 그녀의 에너지 가득한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양질의 의미 있는 휴식은 다시 엄마와 가족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지친 상태에서 잠시 가족과 멀리 떨진 채 온종일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라. 어느 순간 다시 가족의 품이 그리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은 아이의 모든 생떼를 다 받아 줄 아량까지도 잠시 생긴다)


언젠가 아이가 성인처럼 훌쩍 커버려 차차 독립할  그날이 오면, 엄마는 어딘가 허전하고 서운할 것이다. (아직 겪어보진 않았지만 옆에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보며 늙은 나를 상상하니 나는 그런 부류가 될 듯하다) 그 허전한 날은 어찌 보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휴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훗날의 진정한 휴식을 행복하게 맞이하기 위해, 덜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정의한 휴식을 깊이 되새겨 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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