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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8. 2019

8. 엄마의 1주일 운동일기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엄마이기 전에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3월 12일(수)

새벽 4시 50분, 개운한 상태로 눈이 떠졌다. 좀 더 잘 까말까, 고민을 하다 거실로 나와 글을 쓰기 시작한다. 끄적끄적거리다 보니 어느덧 6시가 다 되어간다. 아침운동을 위해 주섬주섬 운동화를 챙기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가볍게 달리기를 하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니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다.   


2019년 3월 13일(목)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갈 때쯤, 친정엄마가 대신 아이를 픽업하신다며 연락이 왔다. 이런 날은 차 안에 있는 운동화를 꺼내 곧장 헬스장으로 직진할 수 있는 행운의 날이다. 이제부터 엄마와 직장인의 완장을 모두 떼 버리고,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직장에 쌓인 여독을 스트레칭으로 풀어 볼까나. 온몸의 근육을 이완함으로써 나의 긴장들도 하나씩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아주 잠시,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작 30-40분이지만, 집에 들어가기 전까진 나는 지금 나다.


3월 15일(금)

오늘은 하루는 운동을 쉴 예정이다. 퇴근 후 강의가 있어 가족 셋이서 짧고 굵게 저녁을 먹은 뒤, 나는 다시 나로 변할 준비를 한다.


3월 16(토)

아침 8시, 헬스장 문이 늦게 열리는 주말이지만 아들과 남편이 잠자고 있는 시간임에는 분명한 이 시간,  주섬주섬 짐을 챙겨 헬스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전신 근력운동을 할까나.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런지로 트랙을 왔다 갔다 하니 몸에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스쿼트와 점프 스쿼트를 번갈아가며 하니 땀이 조금씩 땀이 났다. 숨이 차고 고통을 느끼면서, 내가 살아있고 존재하고 있음 느낀다. 이것이 바로 나다.


3월 17일(일)

휴일이다 보니 아이와 온종일 함께 하고 있어 종일 엄마 모드 중이다. 어제와 오늘, 직장인 모드는 아니어서 좋은데 나만의 온전한 휴식이나 생각의 시간이 없다 보니 슬슬 무언가 발동이 생긴다.  


"아들! 엄마하고 헬스 하러 갈까?"

"좋아! 같이 가자!"


헬스장에 몇 번 와봤다고 이제는 선생님한테 먼저 아는 척도 한다. 다행히 얌전히 있어주는 아들 덕분에 윈윈의 시간을 가졌지만,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내가 승리한 느낌이다. 빈 G.X룸에 조용히 들어가 짧고 굵게 운동을 시작한다. 아들도 옆에서 따라 하다 힘들다고 매트에 누워있다가, 엄마 모습도 구경하다가, 밖에도 살짝 기웃거리며 관찰의 시간을 가진다.



3월 18일(월)

월요일 새벽 5시 56분, 눈이 번뜩 떠지자마자 후다닥 옷을 갈아입는다. 남편 출근 전까지 부랴부랴 운동하고 온다는 일념 하나로 3분 거리 헬스장으로 날아갔다. 오늘 종일은 직장인 모드, 아침저녁으론 엄마 역할까지 있다 보니,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한주의 시작이다 보니, 이번 주에 대한 긴장감도 살짝 돈다. 도착하니 이미 일찍 나와 아침운동을 마친 사람들도 있다. 7시가 조금 넘어 집에 오니, 아들은 진작부터 엄마를 찾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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