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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4. 2019

36개월 아이도 벌써 담배의 멋을 안다?

어른의 모든 행동이 아이에겐 산 교육임을 증명한 순간

 지난주부터 우리 아들이 요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종이들을 돌돌 말더니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버전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자담배처럼 종이 끝자락을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가락 사이에 껴서 숨을 내쉬다가 뱉는다.

36개월이 갓 지난 놈이 요럽니다

자기도 이게 응큼한 행동인지 아는가 보다. 욕실에서 내가 손을 닦는 도중 문 앞에서 슬그머니 이상한 행세를 하고 씩 웃더니 슝 도망간다. 남편이 너무 피곤해 잠시 눈이 붙였다 떠보니 애가 저 행동을 하고 있었단다. 아들도 아빠가 눈 뜨니 깜짝 놀라고, 아빠는 더 놀랐단다.


"너어~ 이렇게 하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 (남편)

"(씩 웃기만 한다) 왜?"(아들)

"우리 아파트는 담배 금지 구역 아파트야. 밖에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도 다 불법이라 잡혀가." (남편)

"왜~?"(요즘 왜만 되풀이하는 병에 걸렸다)

"담배 피우는 장소도 정해져 있어. 담배 피우는 장소에서만 해야 해." (남편)


위와 같은 이야기가 정답인지 오답인지 잘 몰라, 옆에서 나는 둘의 이야기를 지켜봤다. 아들이 아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을 진 몰라도, 어쨌든 우리 둘의 결론은 아이를 너무 자극하지 말되, 되도록 제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럴 때야말로 진정한 육아정보가 필요한 순간 이인가. 검색해 찾아봐도 요런 아이는 아직까지 안찾아진다.


우리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시댁 친정 모두 담배와는 거리가 먼 집안인데, 요놈만 별종이다. 그러고 보니 주차할 때마다, 길을 걸을 때마다 특정 아찌들을 유심히 보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상 밖의 모든 행동들이 이 아이에게 살아있는 교육이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어젯밤 남편이 회사 육아 선배들에게 위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아들이 '멋을 좀 아는 놈'이라 했단다. 아침에 친정엄마한테도 이야기했더니 애가 '멋을 아네'라며 무덤덤하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나는, 담배를 맛으로 피우는 기호식품이라 생각했지 멋으로 피우는 용도임을 생각조차 못했다. 하긴, 어릴 적 중고등학생들이 멋좀 부리려고 시작했다가 맛에 중독돼 끊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때 되면 언젠가 알겠지. 우선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으려 한다. 우선 딴 놀이로 돌리는 수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쨌든 나도 일하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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