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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5. 2019

손의 연상

오늘따라 유심히 내 손을 보고 또 본다.

내 손은 그다지 예쁘지도,  곱지도 않다.

손톱도 항상 바짝 깎아야 마음이 편하다.

어릴 적 물어뜯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내 손톱들, 그리고 못난이 두 손.

손등마저 차가운 내 두 손.



그러나

내 손맛은 세월을 통한 내 머릿속의 감각과

행동으로부터 나온다.


나의 손맛은 친할머니로부터 전수된 것들이 많다.

요리할 때, 청소할 때, 빠른 일손이 필요로 할 때.

어깨너머로 할머니가 하시는 일들을 12년 동안 보고 자랐던 나는, 어릴 적 한때, 요리사를 꿈꾸었다.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손을 보니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문득 떠오른다.

주름진 거친 손에 끼워졌던,

금가락지가 닳아질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셨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의 손과 내 손이 닮아 보인다.


손아!  너는 오늘도 고생하는구나.

늦게나마 너의 수고에, 내 곁에 항상 있었음에.

이제야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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