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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07. 2019

나를 만난 아이들은 내 새끼와 같다.

교사와 학생사이

                                                                                                                                                                                                                                                                                                                                                                                                                                                                                                 

2016,2017. 


이 두해는 교사의 타이틀을 잠시 떼고 집에서 육아만을 위해 살아오던 시기이다. 


처음으로 키워보는 내 새끼에 대해  모르는 것이 투성이였던, 

대화가 통하지 않아 내새끼가 "아아에우"로 이야기 할 때마가 대강 어림 짐작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지내왔던 나의 소중한 2년을 보내고 나니,

제법 덩치가 컸던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지냈던 학교에서의 시간도 참으로 소중했던 시간임을 알게되었다.


엄마타이틀을 얻고 복직을 한 2018년.

이 시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학생들 개개인 대한 고민, 그들의 감정과 정서, 교우관계등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왜 그런 관심들이 생겨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말못하는 아기의 욕구를 절실히 알고자 하는 나의 2년 훈련과정이 여기서 빛을 발한 듯 하다. 


어느 반에 누구와 누구가 사귀는지는 기본이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 썸을 타고 있다는 것은 그 둘이 스쳐지나가는 것만봐도 알고있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수업 중 자유시간이나 자율시간에 반 한바퀴 돌아다니면서 그들에게 툭툭 가볍게 말붙이며 수다떨다보면 정보가 나온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내 정보를 오픈한다.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선생님은 BTS의 랩 몬스터가 젤 좋더라~~~", 

"난 엽기떡볶이 가장 매운 맛 먹고 뇌가 타들어 가는 걸 느꼈다."등

 내 친구들이 보면 참 어리다고 할 모습을 가차없이 보여준다. 


가끔은 그들과 흥에겨워 춤도추고 노래도 부른다.




그러다 너무 앞서 오지랖을 떨어 그들 나름의 심오한? 고민까지 집으로까지 싸들고와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어느날, 


같은 반의 모범생 커플 중 여학생에게 안부겸 

"아직도 잘 사귀고 있어? 왜 오늘 재혁이는 너한테 안오고 저기 있데?" 하고 물어보았던 나의 물음에

 나즈막히 들려왔던 여학생의 

"깨졌어요 선생님..."대답은 차마 내가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던 답변인지라 나도차도 3초간 얼어 있었고 오늘의 고민으로 당첨되었다.  


난 학생을 곧바로 위로하며 달랬다. 

"괜찮아?? 많이 힘들진 않니? " 


학생이 웃으며 자기는 괜찮다고 한다.

종이 울리고, 나는 힘들면 찾아오란 말을 남긴 채 유유히 교무실로 사라졌다. 

무언가 찜찜하며 찝찝하기도 하고,걱정이 되던 찰나에 여학생이 나를 곧바로 찾아왔다. 



"선생님 사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 남학생이 저랑 헤어지고나서 바로 저랑 같이 놀았던 친한 친구하고 사귀는거 같아요.... 

그 둘은 아니라고 하는데 ..

그 여자 아이가 저한테 헤어진 그 이후로 말도 안걸고 심지어 다른 여자 친구들도 저한테 말을 안걸어요.  선생님.. 비밀이에요."



순간, 당황스러운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냉장고를 향해 걸어가 문을 열고 하리보 미니젤리 봉지4개를 곧바로 건내주었다. 


" 힘내. 선생님도 예전에 너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나와 제일 친했던 친구가 헤어진 남자친구와 있는 것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정말 당황 스러웠고 그들도 마찬가지 였지...그땐 정말 힘들었고 세상이 우울했단다."

라는  말과 함께

'인생은 길고 길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지나고 나면 괜찮다. '라는 위로를 건내며

'과연 내 위로가 적절한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할 새도 없이, 

이 학생의 감정과 고통들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어와 밤잠을 설쳤다. 



그나마 다행인건 학기말이라 1달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였다. 


그후로 그 여학생이 염려스러워 비록 1주일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지나칠 때마다 안부를 묻고 수업 종료 후 마음이 어떤지 지속적으로 물어왔다. 


다행이도,

생각보다 그 여학생은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말은 남겼다. 

"선생님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내 새끼말고도 챙겨줘야할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항상 되새기고, 

그리고 나의 2년이라는 육아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임을 생각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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