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Feb 12. 2019

교육과정에 혁명을 시도하다

학생 개별 교육과정을 꿈꾸다.

 오늘은 2월의 어느 하루인데, 내 마음은 벌써 3월이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고3학년 음악을 가르친다. 그렇다면 작년과 똑같은 수업을 진행해도 되는데, 스스로 피곤하게 일을 자초하기 시작한다. 사실 피곤하다기보다는 똑같은 수업을 반복하는 나 스스로가 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번 연도엔 음악교과서도 신청하지 않았다. 사실 난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잘 가르치지 않는다. 3월 초 새 책의 온기가 12월까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면 말 다한 거다. (2012년 교육과정부터 교사는 지역, 학교 및 학생의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수성 할 수 있다. 즉 교사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수업들이 구현될 수 있다)

내 수업은 주로 프로젝트 수업이다. 말 그대로 회사처럼 수업이 하나의 프로젝트와 같이 진행된다. 1가지를 주제로 하여 1달-2달 가까이 프로젝트처럼 진행되는데, 예를 들자면 "지구환경 뮤직비디오"만들기 수업을 1 달반-2달 동안 준비-실행-결과의 과정을 거친다.  


10년 차 다되어 가는 교사가 보았을 때, 우리나라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자기 주도적이지 못하다는 거다. 자기 주도 학습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지 어언 10년이 넘은 거 같은데 여전히 제자리 이인 이유는 무엇일까?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선생님 이번 수업활동이 끝나면 다음번엔 무슨 활동해요?" "선생님이 정해주세요. 귀찮아요."  물음은 수업 전후 항상 빠지지 않고 어김없이 나온다. "글쎄, 오늘 이 활동이 끝나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러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계획일지와 같은 것을(연습 일지까지) 만들어 주었다.

프로젝트 수업 중 하나인 학급 음악회, 스스로 곡을 정하여 연습 후 무대에 서 발표하도록 한다. 악기를 할 것인지 노래를 할 것인지, 그룹 또는 개별 무대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모두가 참여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수업은 아이들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하는 것이 나의 모토다. 교사는 조력자로서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일일이 다 떠먹여 주면 그대로 아이들은 그 맛에 길들여진다. 초, 중, 고.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실 안에 계속 앉혀 떠먹여 주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지 않은가? 그래서 난 수업의 '큰 틀'인 주제만을 정하기로 2011년부터 마음을 먹었다. 그 틀 속의 내부는 아이들이 채워 나가도록.


가만히 있지 말고, 생각하고 움직여라. 너의 생각을 만들어서 보여줘.


얘들아! 무엇을 하고 싶어? 이젠 너희들이 정해봐.

 2019년 3월 말도 안 되는 일을 올해 한번 시도해볼까 한다. 이제 나의 큰 틀인 주제까지 지워 백지를 아이들에게 조심히 한번 건네 채워볼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그것은 바로 개인별 교육과정이다. 개인마다 배우고 싶은 음악의 장르와 분야가 다를 것인데 어찌 획일적으로 내가 정해줄 수 있으리오? 앞으로 내가 큰 틀을 계속 정해준다면 내가 오아시스 앞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궁금한 건 저마다 제각각인데, 이제 스스로의 갈증을 채울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어야 할 때이지 않을까?

"짧지만 한 학기만이라도 너희들이 한번 주제를 정해 보길. 단점이라면, 내가 일일이 한 명씩 쓰앵님처럼 다 봐줘야 한다는 것이지만.... 나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

두렵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고 싶다.

실패하면 어때!!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만난 아이들은 내 새끼와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