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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15. 2019

개별 교육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평가에 있다

 지난번 나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교육육과정을 만들어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호언장담을 했는데, 오늘부터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실행하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가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스스로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매일 글쓰기를 하기로 했듯이, 학생도 무언가 더 배우고 싶은 부분을 결정하도록 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문제는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과거의  음악 수업평가

 과거의 우리는 앞에 나와 이태리 가곡이라고 알고 있는 '오 솔레미오'의 원어가사와 음정을 달달 외워 불렀고, 악기로는 리코더나 단소로 무언가를 달달 외워 연주하였고, 여름 방학 중에는 음악회에 다녀와 감상문을 제출하였으며, 그 외 평상시 수업 태도를 통해 음악 점수를 받아왔다.(수행평가)  그러다 기말고사가 시즌이 다가오면 난데없이 음악 선생님은 교과서를 내밀어 시험 출제 페이지와 알 수 없는 클래식곡을 감상시킨다. 우리는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탈탈 사라져 버릴 지식을 단기간에 외우고 기말고사를 본다. 단기 기억이 누가 더 좋으냐에 따라 우린 더 좋은 음악 지필 점수를 받아왔다.


그 어디보다도 가장 보수적인 곳은 교육

 음악교사이지만 내가 받아왔던 수업의 방식은 교단에 처음 들어섰던 2009년도에도 변함이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교사 첫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가 받아왔던 수업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수하였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수업방법을 잘 몰랐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변화와 시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었다. 우리 사회는 계속 변하고 있었고, 변한 사회에 물든 아이들은 예전의 우리와는  많이 달라 있었다. 그러나 수업은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을 보니 그 어느 콘크리트층보다도 단단한 분야의 한 곳임이 틀림없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개정 교육과정이 들어서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해주고 싶었다. 가창과 기악 중에 어떤 것을 더 하고 싶은지 택하게 하고 싶었다. 과거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가창과 기악 중 선택하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나는 이를 그대로 따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저마다 호소하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부터.

"선생님 저는 노래 시험 싫어요", "선생님 저는 리코더 못 외워요, 차라리 노래할래요."

 그래서 2011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음악수업을 뜯어고쳐 "뮤지컬 발표" 수업을 시도하였고, 이는 2015년까지 계속 이어갔다.



 전공이 성악이라 뮤지컬 배우를 잠시나마 꿈꿨던 것이 나의 수업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부터 연기 및 노래와 춤, 소품까지 종합적인 무대예술 발표 프로젝트 수업을 겁도 없이 시작하였고 결과는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다. 이 수업을 통해 배우를 꿈꾸는 몇몇의 아이, 가수를 꿈꾸는 아이, 작가를 꿈꾸는 아이를 보았다.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은 글쓰기를 좋아하며 전체적인 것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무대 소품과 조명 및 포스터 등은 미술분야에 관심 있는 아이, 노래와 연기 춤의 끼를 보여주고 싶은 아이는 배우의 역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좀 더 자신의 적성과 맞는 것을 선택하고 나면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선택했기 때문이다. 모든 실행이 음악교과 시간 내에 전부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2달 이상이 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업이었고, 우린 이 수업이 마치면 더 이상의 음악수업평가는 없을 듯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업이 끝나면 우린 지필평가를 의무로 준비해야 했었다. 나는 뮤지컬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배경 이외 종합예술무대 장르를 알려주어 지필시험을 냈다. 그 외 다른 음악이론도 억지로 넣어가며.


수업평가의 변화- 2017년 2학기부터 전면 100% 수행 전환

 현재 음악 수업평가는 100% 수행평가이며 그중 20%는 서술. 논술형 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의 수행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 기말고사와 같은 지필평가는 전혀 없다. 우리 학교의 체육, 미술 평가도 마찬가지인데 이 방향은 전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하자면 음악을 수치로 평가화 하는 것조차 사라지길 기대한다.(그나마 예체능은 9등급의 수치회가 사라져 매우 우수, 보통, 미흡의 3단계로 나뉘어 있다)


평가에 있어 나의 생각은

음악에서 평가라는 잣대는 진정으로 프로페셔널한 전문가들 모여있을 때, 서로의 우위를 가늠하기 힘든 순간(콩쿠르와 같은) 또는 어떠한 예술 무대에 적합한 누군가를 뽑아야 하는 순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름 오랜 기간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체계적인 고도의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가를 통해 자신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반면, 일반학생들에게 있어 음악에 대한 평가는 자칫하면 음악이라는 수업을 안 좋게 기억하거나 진정한 예술 표현을 잊을 만큼 점수에 연연하여 음악에 대한 표현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 거기에다 음악적으로 소질이 있거나 배운 경험이 많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수업의 출발점이 서로 다른데, 도달점은 똑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게 현재 평가의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별 교육과정을 수치로 평가화 하는 것보다는 이 학생이 수업 전에 비해 음악적으로 어떻게 성장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는 서술적 평가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의 평가를 숫자로 나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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