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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Jan 15. 2021

아이와 각방이냐 남편과 각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각방의 선택과 시기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외할아버지와 아들이 페이스톡을 하는 도중 할아버지가 대뜸 물어보신다.

"우리 손자 이제 6살이니까 혼자서 자야겠다. "

"네!! 할아버지 오늘부터 저는 혼자 잘 거예요."


'엥? 이건 무슨 호언장담인가. 진짜 우리 아들이 오늘 저 말을 지킬 것인가?'

절대 믿을 수 없다에 일단 한표 걸고... 남편과 대화를 시작했다.


"여보는 언제쯤 혼자 잤어요?" - 나

"나는 중학교 2-3학년? 쯤부터 혼자 잔 거 같아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생 시기였어요."- 남편

"아.. 진짜요?!" -나

"네 우리 부모님하고 나하고 남동생 하고 항상 같은 방에서 잤었는데.. " -남편

"아... " -나

남편과 같은 경우는 흔치 않을 꺼라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작년 내 맞은편에 계신 선배교사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아들 고등학생인데(정확히 몇 학년인지는 모르나 고3은 아님) 자기 방을 어릴 적부터 줘도, 가끔씩 나랑 둘째 딸내미 있는 방에 와서 자요, 하하하!! 어제는 샤워 후에 가운 입고는 한 손을 문에 걸치며 자기 자리는 어디 있냐 하는데.. 어우.. 정말 ㅎㅎㅎ "

"하하하 진짜요? " - 나

그때는 왠지 나하고는 먼 이야기 같았는데, 어쩌면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은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대부분은  내 주변 친구들이 아이를 낳은 경우(특히 둘째를 낳은 경우) 남편과 각방을 쓴다는 것을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 아니 근데 너 나는 각방 안 써?" - 친구

"응 우리는 다 같이 한방에서 자는데?" - 나

"남편이 피곤해하지 않아? 아기 울음소리 때문에 자꾸 깨서 출근할 때 피곤해한다던지.. 남편이 코를 너무 많이  골아서 자다가 너나 애가 깨진 않아?? "-친구

"뭐 그런 게 있긴 한데.. 그냥 또 나는 자."- 나

남편에게 아이를 기르는 주변 친구들은 어떻냐고 물어보니 각방을 쓰는 친구들이 좀 있단다.

남편 친구도 그렇고 내 친구들이 대부분 각방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관계가 예전보다  소원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인 듯했다.


사실 나는 남편과 각방을 쓴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남편 역시 그러하다.

우리가 함께 자길 원하는 것은 둘 다 함께 같이 자는 걸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둘 중 하나라도 각방을 원했으면 이미 아이 놀이방은 아이의 침실 또는 남편의 침실로 변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대부분 한방에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잤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할 방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다들 불평불만 없이 생활하던 시대에서 개인주의 시대로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는 듯했다.




"여보 우리 아이는 몇 살 때쯤 혼자 잘 수 있을까요?" - 나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 남편 

재작년과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의 놀이방에 침대를 놔주려 열심히 침대를 살펴봤던 적이 한때 있었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친구 몇몇이 각방을 주었는데 잠을 너무 잘 잔다는 것이었다. 가끔 외국영화에 나와 홀로 잠을 잘 자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언제쯤 저렇게 되려나... 하며 부러워했던 나였다.


어느 날 "신박한 정리"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영란 부부가 아이들의 독립된 침실이 따로 만들어진 모습을 보며 남편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이 부분 영상만 따로 찾아보니 그전까지는 이 부부도 아이들 함께 같이 잠을 잤었는데 아이들을 독립시켜 따로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것이었고 장영란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 우리가 준비가 안됐네." - 장영란


https://tv.naver.com/v/17230416


위 영상을 보면서 내면 속의 나에게 다시 한번 물어봤다.

'아이가 각방을 쓸 시기는 언제인가?'

위 질문은 결국 아이가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직까지는 나 또한 마음의 준비가 덜 된거 같아 서서히 준비하고자 한다.


그때까지는 함께 자는 이 순간을 만끽할 것이다.

함께하는 이 순간을 즐기고 만끽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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