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앞 우리
학천테라피 안마원! 남편 명퇴 후 오픈한 사업장이다. 오픈할 당시 최고로 추워서 히터를 사야 하나 하면서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장마철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7월이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국립 춘천 박물관 앞이라 주변 환경도 좋고, 사람들도 적당히 오가고. 무엇보다 박물관 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이곳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쾌적한 조건이다. 그리고 실력 있는 남편과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거 좋아하는 나의 취향 덕분에 우리는 예쁘고, 기분 좋은 우리의 일터에서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안마원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남편 커트는 옆옆에 있는 미용실에서 한다. 그리고 양쪽 옆에 있는 이불집과 세탁소 주인장들과는 먹는 것도 나눠먹기도 한다. 주변의 몇몇 식당을 이용하고, 건너편 빵집 주인장과 제법 가까워지기도 하고. 블랑제리 331 빵집에 갈 때는 전에 빵 넣어준 종이봉투를 가져가곤 한다. 아직은 멀쩡한 종이봉투. 재활용이 된다고는 하지만 빵집은 돈 내고 사는 것이라 내가 한 번 더 써야지하는 마음에 빈 종이봉투를 들고 가게 된다. "여기다 담아주세요." 그런데 그 봉투에 서비스라며 빵 하나를 더 넣어주는 게 아닌가. 요즘 빵값이 얼마나 비싼데... 난 오히려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그 마음씀이 예뻐 고마움을 더 기억하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빵집 주인과 가까워진 것이다.
오늘도 장마로 비가 쏴아쏴아하며 내리다가, 부슬거리다가, 해가 들다가. 아주 여러 가지 날씨짓을 하던 중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건너편 일식당 '와사비' 사장님이었다. "초밥 만들다 생각나서 점심시간일 거 같아 싸왔어요."하면서 내민 초밥 두 팩. 이 비싼 초밥을 두 팩씩이나!! "어머 이거 고마워서 어째요. 잘 먹을게요."하고 멋쩍게 받아 들었다. 마침 점심을 먹은 상태라 저녁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냉장고에 두었다. "지난번 부부가 서로 미루다 치료 안 받고 그냥 가서 미안해서 그랬나 봐." 하면서 남편이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다음에 오면 되지 이렇게 비싼 걸 갖다 주시다니..." 난 이것도 미안하면서 고맙고 아니 사실 감동이었다.
생전 처음 집이 아닌 상점이라는 곳이 내가 드나드는 나의 생활 터전이 되는 것도 생소한 일인데 이렇게 좋은 이웃까지 생기다니. 전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옆옆에 있는 부동산과 계약하면서 좋은 이웃이 되면 좋겠다 했지만 그곳에서 소개한 인테리어 업자와 함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랑은 거리가 생겼다. 지금은 인사만 하는 정도고 되도록 말을 섞지는 않는다. 그런 부동산 빼고는 모두 사이좋은 이웃이 되어가고 있으니 일터에서 지내는 시간이 참으로 부드러운 기분이 든다.
퇴근할 때 장애인 택시를 기다리는데 옆집 세탁소 사장님이 나와서 말을 건넨다. 사모님을 뵌 적이 없어 궁금하던 터에 2년 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신다. 남편 보고 이 참에 대화를 나누라며 대학 4학년 때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었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택시가 왔다. 이후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처음 우리 일터로 향할 때 강원대 동문에서 박물관 입구를 향해 내려가는 짧은 도로가 정돈되고 깔끔해 보여서 이 길을 '행복이 물밀듯 밀려오는 길'이라 이름 붙였었다. 그 이름을 제대로 붙였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 지어진다. 이렇게 박물관 앞 '학천테라피 안마원'은 이웃과 이웃하며 행복이 밀려오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