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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Feb 21. 2023

결혼 10년이 되니  진짜 부부가 되어간다 2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목해변을 갔다. 몇 년 전 갔던 카페는 선물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예쁜 것들은 많은데 막상 사려고 하니 살 게 없어 구경만 하고 그냥 나왔다. 해변을 거닐며 카페를 쭉 둘러보고 초입에서 보았던 카페로 들어갔다. 바다를 향해 앉을 수 있는 3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는 진동벨이 울렸다.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이곳을 온 모든 사람들의 목적이겠지. 하지만 이제 곧 어두워질 테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훅하고, 탁한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소음에 괴로워하며 3층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아무도 없는 1층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목 뒤로 고개를 젖혀 기댈 수 있는 소파에 앉으니 저절로 몸이 풀어지면서 이제 쫌 쉬는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탁월한 선택이라며 간만에 칭찬을 듬뿍 얹어줬다. 커피맛이 살아났다. 신맛도 있으면서 혀 끝에 남는 커피의 진한 맛에 안목 커피 거리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강릉을 찾은 또 하나의 이유는 맛있는 꼬막집을 가기 위한 것이었다. 아까 짬순이는 점심이라 치고, 이번에는 저녁을 먹으러 네비를 따라 소개받은 꼬막집에 갔다. 넓은 쟁반국수 접시에 반은 볶음밥, 반은 꼬막 무침이 나온 걸 보면서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접시 끝까지 밥과 꼬막으로 가득 채워진 비주얼에 행복감이 몰려들어왔다. 눈 안 보이는 남편에게 설명을 해주면서 젓가락으로 접시의 둘레를 따라 그려보게 했다. 남편도 놀라며 좋아했다. 첫 입에 들어간 짜지 않은 볶음밥, 그리고 꼬막 하나하나에 참기름 두른 고소한 맛이 느껴지니 우리는 아무 말도 않고 먹는 데에 집중했다. 입은 하나니까^^ 볶음밥을 먹고 꼬막무침에 밥 하나를 시켜 먹으라 하는데 볶음밥이 이미 2인분이라 남은 꼬막무침을 싸가지고 왔다. 낼 아침은 꼬막 무침으로 해결!


집에 오는데 이상하게 피곤하지가 않았다. 보통 춘천 톨게이트쯤에 오면 눈이 피곤하고, 졸릴 텐데 이상하다 했더니 남편도 그렇단다. 왜 그랬을까? 강릉 가는 길에 졸음 쉼터에서 잠깐 잠을 자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에 간 여행이라? 혹은 음식 선택이 다 성공이라? 아니면 요즘 마시고 있는 야채수 덕분인가? 결혼 이래로 거의 처음으로 싸우지 않고 서로 편안하고, 만족한 여행을 다녀오니 리프레쉬해졌다. 그 기분을 담고 싶어 집에 오자마자 글을 쓰러 방에 들어와 이러고 있다. 남편은 벌써 zzz~


결혼 10년째가 되어서일까? 싸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서로의 다른 시간관념, 준비하는 시간 때문에 짜증 내고, 싸우고 그랬는데 이젠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둘이서 잘도 논다. 늦은 결혼이라 안 하던 집안 살림을 하는 게 힘들었고, 아무래도 남편 챙겨줘야 할 게 많다 보니 노처녀 친구들에게는 그냥 혼자 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결혼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을 보며 이제는 그들에게 결혼을 권하고 싶어졌다. 다름을 인정하기! 그 인정함을 바탕으로 기다려주고, 화를 더디 내는 것이 둘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첫 단추라는 것을 알게 되니 뭐 결혼 생활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까지의 10년은 싸우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사랑하는 방법을 찾으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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