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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Mar 31. 2023

카페에서 글쓰기 실패한 이유 1

삽질의 시간은 계속된다

  

 레슨이 없는 날에 맞춰 남편 회식이 잡히다니! 오전 줌 수업 하나만 끝나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꽉 채울 이 하루를 생각하니 흥분 그 자체였다. 들뜨는 마음에 그 시간 동안 집에만 있을까 아니면 카페 가서 글을 쓸까 하다 줌 수업 끝난 후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친구의 전화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다행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글을 쓰려면 카페 가서 집중하면서 써 보는 게 멋있지 않을까 싶었다. 집도 좋지만 굳이 짐을 챙겨서 평상시 찍어놓은 카페를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주말에만 와서 보았던 붐비는 카페의 풍경과는 달리 평일 오후라 생각 이상으로 사람이 없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얏호!


이 카페가 좋은 점은 별관이 따로 있는데 테이블마다 칸이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소음도 적고, 칸마다 전기 콘센트도 있고, 또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을 수 있어서 혼자 글쓰기에 최적화된 카페라는 것이다.     

 

가뿐한 마음으로 새로 바꾼 노트북을 꺼내 모든 세팅을 끝냈다. 이제 집중해서 글만 쓰면 된다. 두구두구두구... 아! 그런데 내 책상 위에서 전원을 끄고 고이 모셔둔 라벤더빛 마우스가 눈앞에 번쩍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랬다. 이번 노트북은 마우스가 없으면 키패드를 사용할 수 없는 노트북이었다. 그러니까 집에 두고 온 마우스가 지금 내 옆에 없다는 것, 그 뜻은 한 글자도 내 한글 파일에 쳐 넣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으이구 그러면 그렇지, 내가 신나게 마음 놓고 글을 쓸 신세 인가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며 노트북을 가방에 욱여넣었다. 커피 값만 날렸다는 생각에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그냥 나오려 했다. 그래도 차를 타고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들고 간 에세이라도 읽자면서 책을 펼쳤다. 평상시 읽어야지 하면서 아껴둔 책이었다. 첫 장에 작년 가을에 저자에게 받은 사인을 보면서 너무 묵혀뒀구나 하며 머쓱해했다. 책갈피가 꽂혀있는 부분부터 다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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