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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May 28. 2023

잡초를 안 뽑았더니

선물로 다가온 잡초

우리 아파트는 베란다 양옆으로 화단이 만들어져 있다. 베란다 확장을 했다든지, 확장을 하지 않고도 공간을 쓰려고 화단을 없앤 집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집은 손을 대지 않은 상태라 확장도 하지 않았고, 화단도 그대로 살아 있다. 그곳은 마치 아파트에는 없는 마당과 같은 역할을 해서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되었다.


클로버가 땅 속에서 튀어올라 싹을 틔웠다. 뽑아줄까 하다가 잡초가 자라면 얼마큼 자라겠어하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 뒀다. 그랬더니 어느 날인가 너무 예쁘게 꽃을 피웠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분홍꽃이다. 안 뽑길 잘했지. 잡초가 뭐가 될지 누가 알겠나? 우리 눈에나 잡초지만 풀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존귀한 존재일까?



그러면서 우리 피아노 학생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그다지 혼내지 않지만 예전에는 소리도 지르고, 연습 안 했다 혼내기도 했었는데. 그 아이들이 지금은 비록 피아노는 안 해도 사람은 되었으리라.


그런데 잡초인 줄 알았던 저 꽃이 사랑초란다. 잡초라고 몽땅 뽑아냈으면 어쩔뻔했을까. 미안해서, 안쓰러워서 가슴 아팠을 것이다. 그러니 잡초가 뭐가 될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뭐가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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