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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May 31. 2023

그림이 된 시

한맥문학 등단시


눈 안 보이는 남편 출근시키고

횡단보도 하나 둘 건너면

서서히 올라가는 입꼬리


자분자분 소양강

다정한 봉의산

산 너머 그 산 위로

몽글한 구름 띄운 하늘     


마음에 스미어 

나에게는 그림이 되고

남편에게는 

시가 된다     


그 속에서 자유로이  

보고 

또 보고 

또 볼 수만 있다면,




춘천에 처음 왔을 때 생각했다.

'아름다운 춘천에 살면서 시인이 되지 않으면 

춘천에 대한 모독이야'라고.

그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시.인.이.되.었.다.


걸음마 시인이지만

내 삶은 벌써 시인의 삶을 살고 있다.




위의 시는 한맥문학 등단시다.


시각장애인 남편이 재직하는 학교에 

매일 아침 데려다주고 오는 길.

두 개의 횡단보도만 건너면

산과 강이 나를 맞아준다.

시인이 될 수 밖에 없는 풍경에

나의  입꼬리는 자동으로 UP!

  

유난히 풍경이 아름답던 날.

그 풍경을 볼 수 없는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눈 앞의 풍경이 나에게는 그림이지만

남편에게 시가 된다면

더 자유로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 라벤더 책방>

https://youtu.be/C1BqybVsY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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