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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Feb 12. 2024

영원한 우상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시간 여행

작년 설 특집으로 송골매 공연을 보고 글을 써 놓고는 브런치에 옮겨야지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게 1년 전인지도 몰랐는데 1월 21일이 토요일이라는 걸 보고 작년 설 때라는 걸 알았다. 다행히 유퀴즈에서 송골매 출연한 걸 보고 더 늦기 전에 옮기자 해서 오늘 이렇게 옮겨본다. 아~ 언제 봐도 젊은 날의 구창모는 잘 생겼고, 배철수는 망태기 할아버지 같은데 그들이 나이 들어 이렇게 멋진 어른으로, 여전한 우상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아래는 작년 설 특별 공연을 TV에서 보고 쓴 글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언! 이런 표현 너무 옛스럽긴하지만 오늘 설 특집 송골매 공연을 보면서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히트곡이 많았나 할 정도로 부르는 노래마다 다 따라 부를 만큼 귀에 익은 곡들이 참 많았다. 보는 내내 흔들고, 노래 부르며 80년대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이후 구창모가 솔로로 활동한 때를 포함하면 나의 학창 시절 내내 송골매는 늘 함께 하는 가수였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역시나 '젊음의 행진'에서의 배철수 감전 사고였다. 그 당시 사고 화면을 보여주는데 TV에서 그 사고를 직접 목격한 나로서는 마치 그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때가 초등 6학년 때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다행히 심장이 튼튼해 멀쩡해졌다는 배철수의 너스레에 모든 관중은 웃을 수 있었다. 


중3 때였다. 배구 선수로 활동했던 우리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무뚝뚝해 보였던 아이, 황경자. 중3이라 교생은 들어올 수 없었는데 1, 2학년 교생으로 왔던 남자 선생님을 황경자가 짝사랑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때는 수업 중에라도 분위기 좋으면 노래를 시키면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었다. 뭣 때문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황경자가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그 아이가 부른 노래는 구창모의 '희나리'였는데 노래를 부르다 울먹이다가 급기야는 펑펑 울어서 노래를 마치지 못하고 자리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섬머슴아 같던 키 큰 황경자를 보고 '걔도 여자였구나' 하면서 아련하고, 아팠을 그 아이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그래서 난 '희나리'를 들으면 한 교실에 68명이나 있었던 초과밀도의 중3 교실이 떠오르곤 한다.


어려운 아주버님 앞에서 나도 모르게 흔들고, 노래를 했다. 음치인 우리 남편도, 형님도 함께 노래 부르면서 우리는 각자의 10대 시절로 돌아가 송골매를 들었던 그 공간을 날아다녔을 것이다.


20여 년 전 일산의 어느 교회에 갔다가 그곳에서 구창모를 보고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때는 너무 어려 부끄러운 마음에 오히려 외면을 했었는데 그게 못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일부러 달려가서 인사를 했다면 그분도 반갑고 기분 좋았을 텐데 말이다. 


명절에 모이는 시골집 TV가 몇 년 전부터 안 나와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형님이 가져온 태블릿을 연결해서 함께 볼 수 있었다. 그 작은 모니터에 코 박고 시간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행복한 3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멋진 뮤지션들이 있어 TV로나마 음악 샤워를 할 수 있는 건 크나큰 축복이리라. 새해를 잘 보내야겠다는 다짐까지도 할 수 있다는 건 예술가가 주는 보이지 않는 힘일 것이다. 


순식간에 40년을 건너뛸 수 있다니!! 송골매가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정말 행복했다. 보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새해부터 이미 큰 복을 받고 스타트하는 기분이랄까?^^ 

멋진 송골매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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