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을 더디게 느낀 탓에
두꺼운 옷을 입고 나선 산책
선선한 바람에
송글히 이마에 맺힌 땀이 씻긴다
시간의 흐름을 초조히 느낀 탓에
무거운 마음을 지닌 채 가는 걸음
넓은 저수지 잔잔한 물결에
알알이 줄지어 맺힌 걱정이 씻긴다
물길을 따라 유유히 놀다가
뭍으로 올라와 아장아장 걷다가
연 날려지듯 하늘 위로 비상하는
새끼 오리 두 마리의 유흥에
두 눈의 피로가 풀린다
한적해진 몸과 마음
산책도 여행 같은
짧은 일탈의 긴 여운 속에
다시 꿈꾸기 위한 일상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