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Glow-그리그의 빨간 오두막

한 줌의 빛을 줍다_그림과 글로

by 봄베르 Bomver
마음 속 환상의 공간@Bomver
여름 작업실, 조그만 빨간 오두막에서

그리그는 무엇을 듣고, 보고, 느끼며,

악보에 음표를 그렸을까?


노르웨이의 대표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Edward Grieg 1843-1907)의 집, 트롤하우겐(Troldhaugen)은

‘요정의 언덕’이란 뜻이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요정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선인과 악인으로 변하는 숲 속의 요정을 가리킨다.

트롤의 뜻을 알고 나니 ‘페르귄트 모음곡’에서 들리던

환상적인 느낌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참으로 ‘예술가의 집’ 다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그는 베르겐(Bergen)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매료되어 1885년에 집을 짓고

20년 가까이 여기서 창작활동을 했다.

‘노르트아스바네(Nordåsvannet) 피오르드 지형 언덕에 위치해 있기에 그리그의 집과 작업실에서는 아름다운 바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을 테니 그 탁 트인 전망이

예술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리라.


그의 공간처럼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아니지만, 나의 공간에서도 푸른 하늘, 나지막한 산의 능선, 바람에 흐들거리는 나뭇잎이 언제나 반겨준다.

그럼에도 늘 더 탁 트인 정경이 내 앞에 드리워지길 꿈꾸게 된다. 그 꿈이 그리울 때마다 눈앞의 모습을 잠시 접고 마음의 눈을 조심히 연다.

오늘은 그리그의 여름 작업실, 조그만 빨간 오두막에 머물러본다. 그리그가 보았던 시원하게 찰랑이는 피오르드 물결과 그의 솔베이지 노래를 휘감으며 그 탁 트인 전망을

내게로 들여온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곳에서도 ‘요정의 언덕’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요정이 사는 숲@Bomver

어느 가을, 평소처럼 집 앞의 작은 산이 보이는 산책길을 걸었던 날이었다. 이 날따라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다양한 빛깔을 뽐내며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모습에 마음이 터질 듯 벅찼었다. 다 비슷한 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들은 정말 저마다의 빛깔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다른데도 다른 이를 방해하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자연의 모습이 그날 참으로 알 수 없는 오묘한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산책길에서 돌아와 그날 밤, 그림으로 이 감동을 옮기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흰 캔버스는 이내 하늘이 드리워졌고 숲이 채워졌고 신비한 꽃을 든 요정들이 날라다녔다.

보이는 풍경이 이렇게도 신비한 미지의 곳처럼 느껴진 감동에는 아무래도 그리그처럼 요정이 제격인가 보다.

참 별거 아닌 것에도 의미가 연결되면 반갑고 신이 난다.

아무도 모를 내 맘 속에서 요정 하나로 그리그와 내적 친밀감을 쌓으며 미소 짓게 된다.


삶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보이는 풍경에 마음을 연결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산책길에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지는 것.

그래서 내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일,

내 앞의 탁 트인 전망을 드리우고 싶은 꿈의 조각들이 쌓이고 쌓이는 가운데 모른척하지 않고 요정의 꽃가루가 묻은 작은 흔적을 남기는 일.

그리고 그것이 일상으로 연결되어 현재 내 발이 딛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친절함’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일.

이러한 것과 이러한 일에 내 마음의 풍선은 콧노래를 부르며 터지지 않는 풍선을 분다. 이보다 더 즐거운 연주가 어디 있을까!


그리그의 ‘트롤의 언덕’처럼 내 마음의 풍경에도 그것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풍경의 노래를 써 내려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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