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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고민 해결사

by 소소

지난 주 목요일, 초등학교 3학년 꼬꼬마 친구들과 만났다. 오늘의 수업은 서로의 고민 해결사 되기!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진 카드에서 나의 고민과 관련된 카드를 뽑아 다른 친구들 앞에서 말하면, 친구들이 그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그림 카드를 골라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였다. 처음 고민을 이야기한 사람은 다른 친구들이 제시한 해결책을 모두 들어본 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해결책을 고르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친구는 ‘오늘의 고민 해결사’가 된다.


각자 자신의 고민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그림 카드를 골랐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카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친구들도 여럿이었다. 첫 번째 발표자인 봄이가 말했다.


“나는 반려 동물이 키우고 싶은데, 엄마는 햄스터는 금방 죽는다고 안 된다고 하고, 언니가 강아지는 싫대.”

봄이의 고민은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가족들이 반대한다는 것. 친구들이 하나, 둘씩 카드를 골라 ‘어른이 되어서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씁쓸하고도 현실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는 사이, 여름이가 엄마, 아빠한테 생일 선물로 반려 동물을 받고 싶다고 말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봄이는 이미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해 본 적 있다며, 그래도 다시 한 번 말해 보겠다고 여름이의 해결책을 선택했다.


- 울고 싶지 않은데 자꾸 눈물이 나.

- 시험을 볼 때 자꾸 어이없는 실수를 해. 점수를 잘 받고 싶어.

- 다른 친구들은 다 그림을 잘 그리는데 어떻게 하면 나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고민이 없어 고민이라던 아이들이 저마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친구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던 친구들이 자못 진지해졌다. 그림 카드를 고르지 않고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적어도 되느냐고 묻더니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가을이에 이르자 분위기는 진지하다 못해 엄숙함이 감도는 지경이었다.


“엄마가 우리 집 강아지들을 할머니네 보냈어.”

“어, 정말? 도도랑 비비?”

“응.”

“왜?”

“엄마가 키우기 힘들대. 내가 다른 거 하고 있는데 엄마가 뭐라 뭐라 해서 그냥 “응” 그랬는데 그게 강아지 할머니네 보낸다는 얘기였어.”


이럴 수가! 지난 1년 동안 늘 도도와 비비의 이야기를 들어와서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거의 같이 키우는 느낌이었는데…….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이제 그림 카드는 고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포스트잇에 저마다의 의견을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 그러면 보고 싶을 때마다 할머니 집에 들리거나 영상 통화를 해서 강아지들을 보면 어떨까?

-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물어보고 정 안되면 할머니 집에 자주 놀러 가자고 해.

- 나도 물고기가 하늘나라 갔을 때 속상했어. 너무 강아지 생각만 하지 말고, 너가 좋아하는 걸 더 찾아봐!

- 강아지를 다시 데려오고 싶으면 엄마한테 “강아지 주인은 나인데 엄마가 왜 할머니 댁에 보내요? 다시 키우면 안돼요? 강아지도 제 소중한 가족이에요.” 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


친구의 고민에 절절히 공감하고, 열심히 머리를 짜내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려 한 아이들. 오늘은 이미 모두가 서로에게 ‘최고의 고민 해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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