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졌다. 신춘문예에 동시를 낸지 올해로 두 번째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웠다. 아마도 서운하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격주 목요일마다 동시 교실에 나간다. 문단에 잘 알려진 모 시인께서 고향에 내려와 1기 동시 교실을 진행하셨고, 2기를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에 덥석 지원한 것이 벌써 4년째다. 그동안 함께 시를 쓰던 여러 문우들이 모임을 떠났고, 시간이 맞지 않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었고, 공간을 제공해주던 사무실이 문을 닫아 커피숍을 전전하며 어렵게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아이들 가르치고, 하나 밖에 없는 딸내미 뒤치다꺼리 하는 일상만으로도 늘 버거운 나는 동시를 쓰는 둥 마는 둥 하며 최근 1~2년을 보냈다. 모임 날이면 시 한 편이라도 들고 나가야 민망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졸시를 끄적거리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못 썼을 때는 빠지기도 부지기수였다.
동시를 쓰는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독특하다. 그 중에는 시집을 7권 이상 낸 84세 할아버지도 있고, 여고 시절 수녀님을 꿈꾸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 할머니도 있고, 조울증이라 한 직장을 오래 다니기 어렵다는 30대 아가씨도 있다. 정확히 나이를 따져 보지는 않았지만 평균 연령 60 몇 세 쯤으로 추정되는 동시 교실의 문우들은 사뭇 따뜻하다. 좋은 시에 대해서는 아낌 없는 칭찬 세례를 퍼부어주고, 좋지 못한 시에 대해서도 공감과 지지를 보내 준다. 사심 없이 어린이를 닮은 동시를 쓰고자 하는 예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니 어련하랴.
올해는 그 중 한 명이 신춘문예 수상자로 선정됐다. 와해될 뻔 했던 모임을 다시 주도해서 이끌고, 사람들을 모으고, 매주 모임마다 장소를 알아보고, 회비를 관리하고 있는, 이 모임의 실질적인 회장이자 총무(역할을 하시는)님. 처음에 신춘문예 소식을 들었을 때는 80% 쯤 부러웠고 20% 쯤 질투 났다. 그저 심사위원 한 명의 마음에 잘 든 것 아닌가. 포도를 먹지 못한 이솝우화 속 여우처럼 얄밉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지난 한 해 우리 동시 교실에서 가장 열심히 한 건 그 분이었다. 그저 동시를 계속 쓰고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귀찮은 일들을 도맡아 했고, 모임에도 가장 많은 시를 써 오곤 했던 것도 안다. 그 마음이 어쩌면 상이라는 이름으로 보상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히 덜 익은 재주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지 못한 마음으로 상을 탐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내일은 한 달 간 쉬었던 동시 교실을 다시 나가는 날. 처음 내가 동시를 쓰려고 했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