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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금 1000원 / 아이스크림 할인점

by 소소

‘출금 1000원 / 아이스크림 할인점’

‘출금 2400원 / 아이스크림 할인점’


두 번 연속해서 알림이 왔다. 겨울이의 체크카드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뭐 사 먹고 오나 보네 그랬다. 이때만 해도 괜찮았다.


10시면 종업식이 끝난다는 아이가 12시가 다 되도록 오지 않는다. 친구들이랑 같이 논다고 해도 이제 슬슬 점심 먹으러 들어올 시간인데 이상하네. 쌀을 씻고 밥을 안치려다 말았다. 하필 오늘 따라 핸드폰을 놓고 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


겨울이 절친에게 전화를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늘 아이 곁에 있던 겨울이의 베스트 프렌드, 가을이. 그래. 가을이랑 같이 있겠지.


“가을아 안녕? 겨울이 엄마야. 혹시 겨울이랑 같이 있니?”

“네? 아니요. 겨울이 아직 안 왔어요? 제가 오늘 겨울이랑 따로 와서요.”

“아…아직 안 왔는데…. 그래. 알겠어. 고마워. 가을아.”


당혹스러운 가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슬금슬금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럼 얘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어디 납치당한 거 아닐까? 요즘은 대낮에도 그럴 수 있어. 에이. 그럴 리가. 이제 방학이라 친구들이랑 좀 놀다가 늦나 보지. 근데 가을이 말고는 딱히 다른 친구도 별로 없는 애가 누구랑 노는 거지? 혹시 어제 저녁에 혼냈다고 가출한 건가? 그래서 핸드폰도 놓고 간 건가? 머릿속이 제멋대로 술렁인다.


창밖에서는 눈바람이 몰아치고, 나무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린다. 날카로운 눈보라 속에서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필 이 추운 날.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조바심이 난다.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나 왔어.”하며 들어오겠지. 애써 자위해도 이놈의 불안감이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12시 45분. 다시 가을이에게 전화를 건다.

“가을아, 겨울이 엄마야.”

“아, 네.”

“가을아, 미안한데 겨울이가 아직 안 들어와서…….”

“아, 제가 겨울이랑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 돌려볼게요.”


눈치 빠른 가을이가 얼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다. 고맙다며 전화를 끊고 일에 집중하려 해도 자꾸 핸드폰에 눈이 간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륵 드륵 드륵. 진동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허겁지겁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나. 여름이네 집에 있어.”

“이놈의 지지배야, 친구네 집 가면 엄마한테 전화를 해야지.”


따스한 안도감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듣기 싫은 잔소리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이 아이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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