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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23. 2024

캐나다 키즈카페 아니고 박물관 입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어른 눈에는 허름해 보이고 볼만한 것도 즐길만한 거리들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하루종일 놀아도 재미있다는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이 있다.

캐나다 런던에 위치한 'Children's Museum'.


런던에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이 하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찾아갔다. 박물관은 우중충한 외관에 주차장은 썰렁해서 여기가 맞나 싶어 몇 번을 다시 구글맵을 확인하고 다시 박물관 표지판을 확인하고 나서야 맞다는 걸 알았다. 들어가자마자 내라는 입장료가 그리 저렴한 편도 아니고 정기권도 판매를 하고 있다. 다양한 행사 포스터가 붙어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시설을 보고 멈칫했다. 제대로 갖춰진 박물관 느낌이 전혀 아니라 뭔가 오랫동안 여러 아이들이 쓰다 놔둔 오래된 물건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첫 느낌이었기 때문. 하지만 아이들 눈에는 달랐다. 바로 뛰어 들어가 너무 즐겁고 신나게 노는 게 아닌가!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었던 거다.


<캐나다 런던에 위차한 Children's Museum>


생각보다 규모는 컸지만 어린이 박물관이라 이름 붙이기에 외관이 올드한 거 아닌가 싶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데 알록달록 아기자기하지 않을까라는 내 편견이 깨진 거다. 그냥 일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 한다면 어울릴법한 건물이지만 Children's museum인데 겉으로 봐서는 전혀 아이들이 놀만한 느낌이 들지 않으니 일단 박물관 안에 들어가 시설들을 하나하나 탐험해 보기로 했다. 1층에 그려진 지도를 한 번 보고 3개 층을 한 층씩 다니며 즐길 수 있는 체험관을 하나하나 다녀보기로 하고 1층부터 탐색 시작!





들어간 입구는 매표소가 아닌 Information desk가 있다. 그곳에서 하루 티켓을 끊을지 정기권을 끊을지 먼저 물어본다. 당연히 우리는 하루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갔다. 입구부터 다양한 놀잇감들이 보이자 아이들의 흥분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아닌지 한 두 가족정도 머무르고 있어 조금 더 마음 편안히 여유롭게 이용하며 즐길 수 있었다. 기념품과 스낵을 파는 코너 건너편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많이 갖추어져 있어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을 꺼내 아이들을 먹이는 걸보고 우리도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간식이나 음료를 꺼내놓고 먹을 수 있었다. 위층에 있는 창문들이 올려다보여 위로 올라가면 창문들을 통해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나 궁금하다는 아이들과 올라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심취했던 공사장 놀이는 남자아이들이 주로 좋아하고 많이 노는 모습이었다. 공사용 헬멧과 고글을 쓰고 벽돌모양의 블록을 쌓기도 하고 장난감용 공구들을 사용해 흡사 공사장과 유사하게 활용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벽에는 각종 도구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건축에 관한 설명들이 걸려있고 공구를 모양별로 걸 수 있는 벽걸이까지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식당을 지나 건너편 방에는 공연하는 홀처럼 되어있었는데 바닥에 온통 갖가지 모양의 대형 블록들이 그야말로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쌓고 끼우고 만들 수 있었다. 캐나다의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보면 대부분 정형화된 교구나 학습적인 놀이기구가 없었다. 단순한 모양들로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형태들을 보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건 교재나 수업이 아니라 직접 아이들이 내 던져질 수 있는 환경을 꾸며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가 좋아했던 우주관은 아이들이 탈 수 있고 만져볼 수 있고 동작할 수 있는 모형들과 우주선 내부와 유사하게 꾸며진 곳에서 스스로 가상체험을 하는 느낌을 받게 꾸며져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모든 설명은 영어 & 프랑스어로 되어있다. 그곳에서도 작은 스튜디오 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었는데 바로 우주와 별자리를 설명해 주는 우리나라 과학관에서 만났던 천체관 같은 곳이었다. 우주 덕후 큰아이가 졸라서 시간표를 보니 얼마 안 남았는데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얼른 줄을 서서 물어보니 우리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작고 협소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곳에서 시작된 우주에 관한 설명은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당황하지 않는 장남. 깜깜해지니 막내는 무섭다고 징징대서 꼭 끌어안고 알아듣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큰 아이에게 간단히 귓속말로 속닥속닥 설명을 전해줬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아이라 엄마가 조금씩 전해주는 이야기와 선생님이 설명해 주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천장에 뿌려진 우주와 별들에게 계속 빠져들었다.



두 아이 모두 박물관에서 제일 좋아했던 곳은 바로 온갖 미술도구가 가득 들어있는 곳. 미술 놀이를 하기 위한 가운들도 다양하게 걸려있어 골라 입을 수 있고 물감, 매직, 색연필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갔을 때 이곳도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어 우리끼리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벽 전체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할 수도 있고 종이로 만든 커다란 집이 여러 채 있어 다른 아이들이 색칠해 놓은 공간에 덧칠을 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색을 섞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며 즐기고 느끼는 아이들. 공간의 한쪽에는 아이들이 활동을 하고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와 젖은 손을 닦을 수 있는 깨끗한 수건이 담긴 바구니도 함께 있었다. 사실 집에서 미술놀이나 만들기 놀이를 시켜주기도 했고 유치원에서도 만들기 작업을 많이 했었지만 아이들은 항상 아쉬워했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엄마가 빨래나 청소 때문에 미술활동을 하는데 소극적이다 보니 다양하게 여기저기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할 수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크고 넓은 자유로운 공간과 다양한 재료들로 마음껏 그리고 색칠하고 접고 만드는 모든 일련의 작업들이 얼마나 즐거웠을까.





아기자기한 작고 귀여운 오래된 물건들과 오밀조밀한 놀이도구들이 가득한 2층은 아이들이 돌아다니면서 만져보고 느껴보는 체험관 같았다. 한국과 조금은 비슷하고 조금은 다른 옛 모습들과 물건들을 체험하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서로 이야기하여도 나누고 역할놀이까지 해보는 아이들이다. 여기에도 있던 신기한 donation 박스. 동전을 굴리면 원을 계속 돌다 아래로 떨어진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하려 해서 동전을 달라고 해서 두세 번 해보고 일단 stop!




언뜻 보기에는 허술해 보일 수 있겠지만 조심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행여 물건이 부서질까 다칠까 조심조심 어려워하며 놀아야 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게 큰 장점 같았다. 사실 맥도널드 매장 모양도 치과를 체험해 보는 곳, 주유를 체험해 보는 모든 기구들이 장난감으로 부족한 것도 칠이 벗겨지기도 했고 뭔가 허술하게 되어 있어 어른이 보기에는 현실감도 떨어지고 어설퍼 보였지만 아이들 눈에는 재미있고 친근하고 편안한 놀이들이었던 것. 완벽히 갖추어진 박물관이라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하나하나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체험하고 놀 수 있는 시설로 느껴졌다. 부분 부분마다 친절히 자세하게 설명도 적혀있었고 위험하거나 낯설어 보이는 시설도 없었다. 다양한 놀이들이 다 하고 돌아보니 사회, 역사, 생활 등에 밀접한 부분들이 놀잇감으로 두루 갖추어져 있어 박물관 전체를 다 체험하고 나면 전반적인 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한 기분이 들었던 박물관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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