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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Jun 19. 2024

쯔양도 식객도 반한 종로 찐 노포 백반!

승우네식당


세상과 단절된 것도 아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한 발 물러서 있지도 않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여유가 생긴 요즘이지만 TV로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지 않기도 하고 다들 열광하는 Netflix나 Youtube를 편안히 보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다. 대신 최신 유행을 파악하고 있는 최측근이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남편 덕분에 ‘쯔양’이라는 먹방 유튜버를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먹방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돼서 신기했다.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남이 먹는 걸 보는 게 왜 좋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먹는 걸 너무 좋아하니까! 내 입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야 즐거운 걸?


남편이 추천하는 맛집을 다녀보고 다양한 유튜버를 알게 되면서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을 즈음 인스타로도 소개되는 다양한 음식과 가게를 소개하는 영상들을 종종 만나다보게 되었다. 내가 먹는 건 아니지만 영상만으로도 먹고 싶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원인이 이런 매력 때문인가 싶었다. 바쁜 일상 중 갑자기 찾아온 틈새 시간에 우리의 관심사가 ‘맛집’에 가보자가 될 줄은 몰랐다.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맛집이라고 해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커플이었기에. 6년이란 연애기간 동안에도 찾지 않던 맛집 40 중반이 되어서야 이렇게 찾아 헤매게 될 줄이야!





남편의 미국 대사관 인터뷰로 평일 오전을 선물 받은 우리는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평일 오전을 보낼 수 있었다. 남편이 같이 가보자고 고른 건 당연히 맛집! 쯔양이 먹는 걸 보고 너무 궁금했다고 원픽 했던 식당.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서둘러 간 종로에서 우리는 종종걸음으로 식당이 있다는 광장시장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 전에 남편과 정보를 찾아본 덕에 금방 발견할 수 있었는데 골목을 돌자마자 보이는 바로 그곳! ‘승우네 식당’이다





골목에 살짝 들어가면 금방 보이는 찾기 쉬운 맛집, 주변도 그렇지만 골목도 가게도 우리에게는 어릴 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비주얼이 아닌가! 젊은 세대에게나 아이들에게는 오래되고 신기한 모습일 수 있으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우리 부부에게는 정겹게 다가오는 외관이다. 어릴 때 종로에 아빠의 회사가 있어서 주말이 되면 엄마와 동생 손을 잡고 자주 놀러 오던 종로와 동대문, 내가 좋아하는 경양식집에 길 건너편에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쉬운 추억의 한 조각을 조금은 매워주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옆으로 드르륵 열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역시나 신발을 벗고 살짝 올라서야 하는 식당을 마주할 수 있다. 이런 정겨운 모습이라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고 여기저기 붙어있는 모습! 메뉴판도 가격도. 미리 알아본 것 과 똑같이 되어있어 재미있게 마주했다.







평일 오전 아침과 점심 사이 애매한 시간에 가서 인지 한 테이블만 식사를 하고 계셔서 사진도 찍어보고 편안히 착석하고 메뉴를 골랐다. 둘 다 다른 찌개를 먹어볼까도 했지만 2인 이상 세트를 시켜야 맛볼 수 있다는 돌솥밥이 너무 궁금해서 세트로 먹어보기로!


메뉴도 다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청국장과 제육볶음은 골라 주문했다. 집밥이야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아줌마에게 ‘남이 해준 밥’만큼 맛있는 게 없다. 새로운 맛집을 단 둘이 즐기는 오랜만의 데이트가 20년 넘게 같이 한 부부도 신나게 했다. 쯔양이 앉았던 냉장고 옆 자리도 쓰윽 둘러보고 분주한 주방도 흘낏 구경해 봤다. 많은 메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메뉴를 보고 있으면 왠지 하나씩 다 먹어 보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제육볶음 + 청국장찌개 + 돌솥밥‘ 세트가 준비되었다!! 사진만큼이나 놀랄 비주얼과 큰 쟁반 가득 담긴 밥, 국 반찬! 생각보다 많은 양에 깜짝 놀라 움찔대며 식사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새벽부터 서두른 남편이 배가 고프다며 이른 점심 겸 조금 늦은 아침. 한마디로 아점을 먹어야 했다. 두 끼를 한 번에 먹어야 하는 우리는 많이 먹어보자 다짐을 했건만 둘이 먹을 수 있는 양인가 싶을 정도의 돌솥밥을 보며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대식가인 나와 달리 일정량만 소화가 가능한 남편은 본인이 배가 많이 고픈 것을 어필해서 일찍 먹게 된 점심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양을 마주하고 당황한 거다. 마음이 넓고 잘 챙겨주는 아내 모드가 되어 밥을 계속 퍼주자 남편의 난감한 표정이 점점 더해졌다. 아무리 돌솥밥이지만 잔뜩 퍼내도 퍼내도 계속 밥이 있는 건 실화인가? 그래도 배가 고픈 남편에게 밥을 많이 양보해 주는데 왜 당황을 하는 것인가?







돌솥밥을 다 퍼내고 누룽지를 위한 따뜻한 물을 부어주고 식사를 시작한다. 청국장을 너무 좋아하는 가족이다 보니 아이들조차도 청국장 맛집을 찾아가자고 조르는 지경이다. 여러 청국장 맛집을 다녀봤는데 전혀 새로운 맛의 향연에 남편과 한 숟갈 떠먹자마자 서로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살짝 매콤한 맛이 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청국장 콩이 들어있다. 한 숟가락 듬뿍 떠올리면 가득 담겨오는 호박과 두툼한 두부까지!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맛있다를 연발하며 우리 부부의 공통적인 외침! ’ 다음에 애들 데려와야겠다. 청국장이 너무 맛있어서 애들 너무 좋아하겠는데 ‘ 역시 엄마아빠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맛있는 것만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입에 들어가면 아이들부터 떠오르니 말이다.






맛있고 정갈한 반찬들 메인 메뉴인 제육볶음 맛은 우리가 알던 맛있는 감칠맛이 가득했고. 리필이 안된다는 계란말이와 김치의 비주얼과 맛 두 가지를 동시에 잡고 있었다. 계란말이를 해 본 사람만이 안다. 계란말이에 얼마나 많은 계란을 넣어야 하는지를! 크고 두툼한 계란말이를 보며 남편에게 이건 1인당 계란 2개는 먹는 양이라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다른 밑반찬은 리필이 되는데 밥의 양을 감당하기 힘든 부부는 상에 놓인 반찬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식사를 마쳐야 했다.



그래도 누룽지는 놓칠 수 없다! 마지막 누룽지까지 열심히 퍼서 꼭꼭 씹어 뱃속에 잘 담아 본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먼저 가져다주시는 국과 누룽지를 덜어먹을 수 있는 여분의 그릇과 따뜻한 물이 들어있는 주전자가 얼마나 정겨운지. 잠시지만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펌프로 직접 퍼올린 물을 담아 먹던 그릇과 닮아 있는 그릇과 추운 겨울 뜨거운 난로 위에 올려 바글바글 물을 끓여 먹던 주전자까지!


잠시의 추억여행과 여유롭고 푸짐한 한상을 먹고 돌아다오며 저녁까지 배가 불렀다는 건 안! 비! 밀!이다. 덕분에 광화문까지 더운 날씨에 걸어가며 소화를 시켜보려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정겹고 푸짐하고 맛있는 한식 한상이 먹고 싶다면 ‘승우네 식당‘을 추천한다. 돌솥밥 가득 먹고 싶지 않다면 단돈 8천 원 찌개백반도 양과 맛을 그대로 담아 주시니 다음에는 세트 말고 찌개백반 한 쟁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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