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오늘, 숲
오랜만에 특별한 약속이 없었던 주말, 김밥 신공을 발휘해 보려 폼을 잡는데 전 날부터 장남의 말과 행동이 심상치가 않다. 주말이 가까워 오면 일정과 선약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어오는 아이. “이번 주말에 어디 가요?” “돌아오는 휴일에 약속 있어요?” 이유는 뻔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기 위함인 걸 누가 모를까. 초등은 같이 보냈지만 중학교가 나뉜 아이들이 한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만나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게임도 하면서 놀기에 하루 정도는 자유롭게 권장해 주는 편이다.
전 날, 시댁에 다녀왔기에 다른 선약이 없던 우리는 큰 아이의 친구들과 약속을 지켜주기 위해 작은 아이가 가고 싶은 도서관에 가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대신 친구들과 저녁약속을 했다기에 오랜만에 주말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싶어 남편의 폭풍 검색이 시작되었다. 오후에 친구들과 놀기 위해 새벽 6시 반에 준비해서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있는 큰 아이와 오픈 시간에 가서 책을 읽고 문제집을 풀던 막내까지 싣고 남편이 호기롭게 데려간 곳은 쌀국수 매장이었다.
동남아 음식의 독특한 향을 싫어해서 쌀국수는 특히 잘 못 먹는 음식이었는데 갑자기 웬 쌀국수? 온 가족이 어리둥절하다. 평소에는 특히 방학에 아이들과 셋이서만 즐겨왔던 쌀국수를 가족이 다 같이 오늘 것도 신기했고, 너무 깔끔하고 예쁜 쌀국수 가게가 예뻐서 놀라며 감탄하고 아이들과 감탄사를 연신 뱉어내며 들어간 그곳은 쌀국수 체인점 ‘포레스트 오늘, 숲(soup)이다. 어쩜 상호명도 감성적이다!
깔끔하고 쾌적한 내부도 좋았지만 너무 밝고 친절한 직원 덕에 입장부터 기분이 좋아진 가족들! 주차도 가게 앞에 수월하게 했는데 걸어오는 편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가게 정보를 알고 왔지만 가게에 반해 우리는 이전 이용자들의 경고한 내용을 잊은 채 주문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친절한 직원분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일단 식당으로 오면서 가족들이 먹고 싶었던 메뉴를 미리 정해서 속사포 랩 하듯 주문을 했다. 음식은 조리되고 우리는 설레는 기분으로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혹시 대기가 길어질까 오픈시간에 맞춰 갔더니 다행히 우리가 들어가 주문을 할 때는 첫 손님이 이었다. 물론 먹고 있으니 다른 손님들도 들어오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막내는 리뷰를 쓰라고 재촉하는 걸 외면하며 메뉴판을 보면서 쌀국수 치고 가격이 좀 있다 싶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음식을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하나씩 나오는 쌀국수를 보며 온 가족의 턱이 빠질 기세다. 우와 우와를 연발하게 만든 이유는 그릇의 크기야 음식의 양 때문이다. 무슨 쌀국수를 이렇게도 큰 그릇에 넘칠 듯이 가득 준다는 말인가. 심지어 곱빼기도 아닌데 곱빼기보다도 양이 훨씬 많다. 그제야 생각난 리뷰들의 경고! 엄청 난 양으로 두 명이사 국수 한 그릇과 사이드를 시켰다는. 이것도 직원이 두 그릇을 시키는데 양에 대해 말해주며 주문을 바꾸도록 배려하는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워낙 큰 아이와 내가 식사량이 많은 터라 큰 걱정은 안 했는데. 매우 잘 못된 선택이었단 걸 음식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후회는 이미 늦은 일! 일단 신나게 먹어보자!!
세숫대야 냉면은 들어봤지만 쌀국수가 이렇게나 많이 주는 건 처음 봤다. 쌀국수 곱빼기를 국물까지 먹어치우는 대식가 장남마저 다 못 먹고 포기를 선언할 줄이야. 거기다 사이드 메뉴는 아이들이 먼저 맛있다며 들고 가버려서 맛만 겨우 볼 수 있었다. 국수보다 사이드를 잔뜩 주문해야 되었나 싶었다. 장남은 쉬림프 스프링롤을 막내는 닭봉을 차지해 버렸다. 사이드 먼저 순삭 해버려서 대형 쌀국수의 앞날이 막막하고 걱정되지만 일단 먹어야지.
갈비탕인가 쌀국수인지 모를 정도로 맛있었던 왕갈비 쌀국수. 갈비가 푹 잘 익어서 갈빗대와 분리도 쉬웠고 소고기를 잘 씹지 못해 유독 소고기 먹기를 어려워하는 막내도 잘 씹어 삼킬 정도로 고기가 너무 부드러웠다. 장남이 시킨 새우탕 쌀국수는 큰 새우도 잔뜩 들어가 있지만 국물 맛이 너무 특별했다. 매운맛도 아닌데 약간 매우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싶은 육수맛이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종로 중심에 있던 진짜 베트남인들이 운영하는 베트남 현지식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너무 강한 향신료에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치우는 나조차 반도 못 먹고 나왔다. 그 이후로 남편은 동남아 여행에도 조금씩 먹던 쌀국수와 손절을 했었는데 이 쌀국수는 특별해서인지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서 인지 남편이 너무 맛있게 많이 먹었다. 평소에 쌀국수 식당에서도 쌀국수보다도 볶음밥을 시켜 먹거나 남편 없이 아이들과 쌀국수 전문점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남편도 맛있게 잘 먹으니 아이들도 처음 보는 아빠모습에 즐거워하며 온 가족의 즐거운 점심이 되었다.
갈비와 함께, 양파와 숙주와 함께 육수와 즐기는 쌀국수는 열심히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먹다 먹다 떨어져 나간 후 남편과 내가 열심히 먹어보았지만 다 먹을 수는 없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터져버릴 것 같은 게 아닌가! 먹는 중간중간에 복잡한 그릇도 치워주시고 떨어진 반찬도 바로 가져다주시고 너무 친절하셔서 더 즐거웠던 식사시간. 계산을 하며 직원분께 “이렇게 많다고 주문 때 말려주신다던데 저희 배가 터지겠어요!” 너스레를 웃음으로 받으시며 “워낙 자신 있게 주문하시길래 재방문인 줄 알아서 안 말렸죠” 직원의 센스 있는 대답이 다시 한번 같이 웃으면서 점심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포레스트 오늘 숲’은 프랜차이즈로 지점이 여러 곳에 있다.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다녀왔는데 우리가 다녀왔던 ’ 수원 인계점‘에서는 스탬프 적립으로 영화티켓을 준다는 게 아닌가! 엄마 아빠보다 아이들이 신나 해서 스탬프도 받아왔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은 음식 맛과 친절, 거기다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쌀국수, 독특한 동남아 향을 힘들어하지만 쌀국수를 먹고 싶은 사람들, 매번 먹던 맛이 아닌 특별한 쌀국수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