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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Jun 26. 2024

25년이 지나도 줄 서야 먹는 오징어 불고기

압구정 뱃고동



그토록 기다리던 그날이 드디어 왔다. 언제 갔었나 먼 기억 속의 뱃고동, 그리고 추억의 맛 오징어 불고기. 여전히 그 장소에서 영업 중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름 혼돈의 시기였던 20대 초반에 주머니 쌈짓돈 모아 가끔 맛보러 다니던 그곳의 그 맛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혼자 덥석 가보기에는 거리도 멀고 그 오랜 시간 이미 세월의 흔적 속으로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추억들처럼.


여전히 맛깔난 요리로 많은 이들이 다녀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운 추억과 맛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기에.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먹는 게 더 즐거운 그곳 뱃고동, 잊을 수 없는 그 맛! 그 맛을 찾아 주변에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랑 뱃고동 갈 사람?”




20년 이상 훌쩍 흘렀어도 여전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대로였다. 그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도 식지 않는 인기로 평일 오픈 전부터 손님으로 붐비는 식당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25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 드디어! 너무 오랜만에 두근두근대며 들어가 본다. 입구부터 간판만 봐도 설레는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면서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과 또 다르게 다가오는 새로운 기분을 간직한 채 천천히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 내려간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던 느낌과는 조금은 다르기도 하고 조금은 비슷하기도 하면서 설렘을 안고 방문한 오늘의 식사, 다행히 함께 동행해 주겠다고 자처한 친구들이 있어 너무 행복했다. 혼자가 아니면 해내지 못했을 같이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누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고마운 동기들과 함께여서 더 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인지 모르겠다.


식당에 들어서면서도 식사를 하면서도 몰랐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식사를 즐기고 있는지를. 오로지 다시 온 기쁨과 다시 맛볼 설렘에 취해 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넓은 홀의 가득 찬 테이블과 대기를 하는 줄이 눈이 들어와 ‘역시 변함없는 맛집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들리던 소문처럼 오픈 시간 이전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홀을 반이상 채우고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많이 보아 식당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오징어를 먹을 거라 낙지에게 많이 미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선을 압도하는 입구의 낙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자리를 잡았다. 점심 특선 메뉴는 역시 전골보다 백반이지! 오징어백반으로 통일!!! 메인만 먹기 아쉬워서 오징어 튀김도 시켜본다. 신기했던 건 점심특선 메뉴가 2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엄청 올랐다기보다 비슷하네?라는 느낌이 받을 정도로 저렴했다. 땅값 비싸다고 유명한 압구정동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에서 말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밑반찬과 밥이 나오는데 밥그릇이 예뻐서 맘에 들었다. 진짜 집밥을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일 거다. 사실 여기를 좋아하는 큰 이유는 오징어불고기라는 음식이 맛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시그니처라 불러도 될 이 샐러드! 독특한 샐러드 소스의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콤달콤한 샐러드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비슷한 맛을 찾기 힘들었다.(작 본인 생각) 밥보다 샐러드를 더 많이 먹었다는 건 안 비밀!!






드디어 메인 요리 등장!! 오랜만에 만나서 더 반가운 오징어 불고기! 소리가 튀어나올 만큼 반가웠다. “어머 오랜만이야! “

드디어 불판에서 조금씩 익어가는 모습을 두고 볼 수야 없지! 조금씩 뒤척이면 오징어는 빨리 익는 편이라 조금씩 몸을 말아가며 익혀짐을 알려준다. 커다랗게 듬성듬성 잘린 오징어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주면서 양념이 타지 않고 잘 구워주면 완성!! 20살 어린 나이에는 이렇게 익혀 먹는 일이 번거로웠는데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가 되니 이런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세월이 야속해~




맛있게 매콤하게 익은 오징어 불고기와 오징어 튀김의 행복한 만남! 커다란 오징어를 튀겨서 그런지 부들부들한 식감이었던 오징어 튀김! 처음 오징어 불고기가 불에 올려지고 나서 익히려는 찰나!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불고기는 어디 있어?” 그건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다는 사실!


하얀 쌀밥에 매콤한 오징어와 야채를 올려 한입! 새콤달콤한 샐러드와 오징어를 다시 한입 쏙!! “역시 맛있어! 이 맛이! 내가 이래서 여길 그리워했어!” 먹느라 감탄사를 연발하느라 정신을 잃다 보면 어느샌가 비어버린 그릇. 전쟁이 끝나가는구나. 가 부른데 뭐가 아쉽지 생각이 들면 맞다! 마지막 화룡점정 볶음밥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





직원분께 볶음밥을 주문해 본다 “저희 밥 하나만 볶아주세요” 소심하게 외쳐보지만 “두 개는 볶아야 할 텐데요?”라는 확신에 찬 직원분의 말에 바로 수긍했다. 볶아지는 밥을 보며 너무 많지 않나 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어느샌가 우리의 수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볶음밥과 비어지는 그릇을 보고 있으려니 식사의 끝을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설렘으로 시작한 뱃고동은 부른 배와 반가운 만남 즐거운 수다를 동시에 선사했다. 20살에 먹었던 뱃고동의 추억은 역동적이며 발랄했고, 40대에 먹은 뱃고동은 따뜻한 여유로움으로 남을 것 같다. 모두들 먼 거리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맛있고 행복한 추억의 책갈피 한 장을 같이 완성해 준 사랑하는 슬초 2기 동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오늘로 루뚜루 맛뚜루가 20회가 됩니다. 워낙 먹는 것도 여행도 좋아해서 제가 좋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맛집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20회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뚜루 맛뚜루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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