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와 탈모는 놓치면 되돌아가기 힘들다 지갑이 비어 있는 건 견딜 수 있지만 머리가 비어 있는 건 견딜 수 없다. 인터넷을 떠도는 탈모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흔히 웃으며 자주 쓰던 공짜 밝히면 대머리 된다는 농담이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이렇게 소중해질 줄이야
나이가 들다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즈음 되면 머리카락 좀 빠질 수 있겠지만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별다르게 걱정하지 않았던 탈모라는 복병 남의 일이 아니었다. 말도 안 된다고 부정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제 겨우 40대 시작인데 벌써 머리카락이 이렇게나 많이 빠지기 시작한다고? 노안이 시작되었다는 충격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젠 탈모까지..
처해진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현실을 자각하며 절망하다 깊은 고민에 빠져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언제나 손으로 잡으면 한 움큼 꽉 쥐고도 넘쳐 머리 묶기가 어려워 여러 번 손이 갔던 남부럽지 않은 모발 부자였던 시절 긴 머리를 늘어뜨리길 좋아해 항상 삼단 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다녔고 친구들과의 머리카락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을 정도로 굵기 또한 탁월했다.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머리가 휑하게 보인다고만 생각했는데 모발의 굵기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느닷없이 노안에 이은 탈모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머리가 자주 빠지기는 했지만 머리를 감고 나면 한 움큼씩 빠져대는 머리카락에 놀라긴 했었다. 심지어 남편은 노안도 없고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비슷한 시기에 탈모가 같이 왔다.
“어머 오빠 머리가 비었어 여기 이만큼” “네 머리도 휑해 이마 쪽부터 여기까지 그리고 뒤통수까지 점점 더 빠지는 것 같다 “ 서로를 바라보며 이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참담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하는데 몸은 아니라는 건가
오래 이어온 다이어트가 원인인지 즐겨하는 음주가 원인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계속해서 빠지는 머리카락과 비어 가는 머리를 서로 확인하다 보면 먹먹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실 유전적인 부분이 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시기가 너무 빨랐다. 충격을 잠시 내려놓고 피부과에 진료를 받아 약도 처방받아먹어 보고 후기 좋은 탈모 샴푸와 헤어 보조제도 지속적으로 사용해 봤지만 효과는 없고 머리카락은 점점 사라져 갔다. 머리의 피부가 눈에 띄게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모발이 전반적으로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심해지고 있었다.
어떤 누구도 길을 가다 나를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가 옆을 지나가면 고개를 번쩍 들어 빈 두피를 사수했다. 머리카락이 숭숭 빠져 여기저기 허전하게 머리카락대신 하얀 속살이 보이는 두피가 누군가에게 보일까 노심초사 사람만 보이면 경직되고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털갈이는 동물도 인간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도 주기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자라지 않나 내가 지나간 자리는 항상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어 다녀간 흔적을 남긴다는 엄마의 잔소리도 종종 들었다 좀 심한 털갈일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렇게 빠지다 다시 날 거야! 병원을 다니며 약을 복용하고 탈모 샴푸를 쓰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검정콩 서리태환 등 머리카락이 나는데 좋다는 음식들도 신경 써서 먹어봤다. 떠도는 방법들을 다수 동원해 봤지만 변화가 없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살고 있는 베프를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탈모에 대해 하소연했다. “잠시만! 우리 남편도 탈모가 시작돼서 약 먹는데 어떤 거 먹는지 물어봐줄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40대뿐 아니라 20~30대에도 탈모인이 많다는 것도 탈모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되서야 현실을 자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 고군분투했지만
요즘 20대 탈모가 시작되지 않은 시기에도 미리 예방 차원에서 탈모약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다.
미리 준비하는 철저함이라니 내심 부럽기도
심각한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요즘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나 신체 변화들이 환경의 영향일이 클 거라 의심하며 다양한 원인을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원전에 살았던 카이사르와 아리스토텔레스도 탈모였다고 여러 학문 분야에 능력자였던 고대 철학자도 탈모가 와서 염소 오줌을 발랐다니 묘하게 위로가 되는 이유는 뭘까
다행히도 효과가 나타나는 탈모약을 찾아 휑해진 머리가 서서히 회복이 되었고 고민도 사라졌다.
탈모약은 성별에 다르게 처방이 되는데 특히 여성 탈모는 미세한 혈압 조절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셔서 놀라운 사실을 또 하나 배웠다.
이젠 누구도 탈모의 흔적을 찾지 못하지만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히 고개를 들고 머리를 찰랑거리며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풍성하지는 않아도 두피를 적당히 채워주는 모발이 함께 해주길 소망해 본다.
노력이 정답을 주거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