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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가끔은 아이가 되고 싶다.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은 날

by Lou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마음이 시리고 무거운 날

주저앉아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울고 싶은 날

감정을 스스로 주체할 수 없어 수도 없이 무너져 내리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멘탈을 꽉 붙잡고 견뎌야만 하는 시간만 남은 그런 날

위로를 하려는지 더 큰 고통을 주려는지 날씨마저 한참 동안 내린 눈보라가 그치고 힘차게 불어오는 강풍에

몸과 마음이 더 오그라 드는 날이 있었다.



유독 눈물이 많았어도 쓰러지지 않고 울음을 그치면 다시 오뚝이처럼 잘 일어나야만 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까지 챙겨야 하는 언니이자 장녀였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눈물의 이유를 몰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흐르는 눈물이 싫었지만 주변에서 마음이 착하고 여려서라고 해주니 그런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흐른다. 너무 화가 나도 너무 기뻐도 눈물부터 터져버린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혼자라면 어디든 떠날 수도 벗어날 수도 있을 텐데

재깍재깍 시간만 되면 밥 달라는 아기새처럼 엄마를 번갈아가면서 하루에 수백 번 부르고 찾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아픔과 슬픔 모두 가슴에 묻어두고 괜찮은 척 아닌 척 해보다

홀로 남겨진 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게 흐른다.



엄마는 항상 강한 줄 알았다.

엄마는 아프지 않고 항상 씩씩하고 가족을 위해 집안일 뭐든지 뚝딱 해내는

필요한 게 있으면 궁금한 게 있으면 엄마만 있으면 다 해결되었다

신문을 보다 한자를 몰라도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나와도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고

길을 가다 처음 보는 나무나 풀을 봐도 엄마한테 물어보면 궁금증이 바로 해결이 되었으니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아이를 위해 어느새 슈퍼우먼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엄마가 되어도 아프고 힘들고 슬픈 일과 부딪힐 때면 엄마가 생각난다.

내 아이들도 몸이 아파도 속상한 일이 생겨도 언제나 찾는 건 엄마니까

어릴 때 배우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부르던 ’ 어머님 은혜‘

첫 아이를 힘들게 출산하고 회복도 안 된 몸으로 하루 4시 간고 하루종일 안겨있으려고만 하는 신생아 덕분에

밤새 아이를 끌어안고 거실을 수없이 돌며 불렀던 그 노래가

어찌나 구슬프고 가사 하나하나가 심장에 콱콱 박혔는지 모른다.


[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



다들 잠이 든 컴컴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거실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이 노래를 수 천 수 만 번을 부르면

내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는 까맣고 반짝이는 눈을 뜨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곤 했다.

그 예쁜 눈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내고 엄마도 나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정성을 다해 키우셨겠지 생각이 들면 또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곤 했다.




온전한 나만의 삶을 살면서 만나는 힘든 일보다 아이를 키우며 그로 인 만나는 힘든 일이 더 감당하기 버겁게 다가온다.

내 몸 하나 건사도 이렇게나 힘든데 아이들의 모든 것을 온전히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건 이제 이력이 났지만

순간순간 터져오는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엄마가 다 감당하며 내 아이를 지켜야 하다 보니 그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각종 사건 사고 및 이벤트들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다양한 사례들과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때 받는 고통과 아픔은 차곡차곡 쌓이고 무뎌지지도는다.

물론 슬픔이나 고통을 느끼는 정도와 종류가 당시 나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지라도 대처 방법은 매번 어렵게만 느껴진다.

신기한 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육아를 하면서도 아이의 작은 행동과 말, 표정 하나로도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건 엄마만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아닐까 싶다.

긴 시간 받은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회복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과 치유할 수 있는 여유가 절실히 필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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