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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 Feb 03. 2022

무지개 머리

인생 첫 꿈 이야기

혹자는 꿈을 자주 꾸면 숙면하는게 아니라 하지만 나는 자다 업고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푹 든다.

하지만 태어나 불혹을 넘긴 지금까지도 난 단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꾼다.

가끔 무슨 내용일지 모르는 개꿈도 섞여있지만 꿈의 여운이 오래가는 편이라 침대 곁에 노트를 두고 꿈 내용을 그려놓고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인생 첫 꿈은 다섯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엔 퀴퀴한 냄새가 맴도는 지하 응접실이 있었는데 그 곳 세면대에서 언니가 머리를 감겨주는 꿈이었다.


언니가 감겨준 내 머리카락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상의 물감이 끝없이 퍼져나왔고 아직도 떠올릴때마다 물감 특유의 냄새가 코 끝을 맴돈다. 


싱크대에 넘쳐흐른 무지개빛 물감은 하나의 동산이 되어 언니랑 뛰어노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아직도 장면 하나하나, 언니가 잡아줬던 작은 손, 온기, 맨발로 뛰어다닐 때 느껴졌던 꺼슬한 잔디의 촉감, 머리카락에서 언제 물감이 다 빠져나갈지, 이러다 엄마한테 혼나겠다는 생각까지 한 감정이 생생히 기억난다.


시간이 지나며 이 꿈을 떠올릴 때 마다 당시 나의 상황에 따라 꿈 해석이 달라진다.

여러 나라에서 지내며 형성한 다양한 아이덴티티인 것 같기도 하고, 유치원때부터 꿈꿔왔던 큐레이터라는 꿈을 이루며 큐레이터가 다루는 다양한 이야기를 상징하는 것인 것 같기도 하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무속인이 이 꿈 이야기를 듣고는 일곱 신을 모시는 천상 무당의 꿈이라며 신내림을 권유받기도 했었다ㅎ


내가 꿈 이야기를 직접 글로 옮기기로 결심한 이유는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결국 꿈은 내 자신 속 내면을 투영하는 나도 모르는 나 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꿈을 풀어가면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길 바라며 브런치를 시작해본다.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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