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지하지 못하는 날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세상은 내가 거쳐온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겠다며 수 없이 빠졌던 연못이 있던 마당,
사람들이 늘 북적 거렸던 집안,
식은땀을 흘리며 자는 내가 깰까 바지가 젖을 때 까지 조용히 손으로 이마를 닦아주던 할아버지의 쇼파,
갑자기 낯선 땅에 남겨졌던 홈스테이 집,
오지도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집 앞 도로가에 앉아 차도만 바라보던 골목,
한국 군기가 안 잡혔다며 선생님 몰래 괴롭히던 언니들이 끌고 간 추운 겨울 숲 속,
너무 외로워서 공부만 했던 책상,
무거운 자재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동고동락했던 건축 워크샵,
매일같이 찾아갔던 곳곳의 박물관,
귀국해서도 낯설었던 집,
둘이 있어 더욱 외로웠던 신혼집,
다시 돌아온 본가, 눈치보여 늘 방문을 닫아놨던 내 방
마치 모자이크 사진이 콜라주 된 것 처럼 한 눈에 보이는 아래를 난 날고 있었다.
보고 싶었던 곳, 일부러 잊었던 곳을 보며 이제는 착지하고 싶었지만 점점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가 더 많은 곳이 보일 뿐 착지할 수 없었다.
난 이제 착지하고 싶은데, 땅 위를 걷고 싶은데.
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