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tech in DAYLI!] 데일리의 핀테크 이야기
한국은 개인소득 대비 보험료 지출 비용이 무척 큰 나라입니다만 소비자가 필요한 보험을 중심으로 탐색하고 있는지, 가입절차는 합리적으로 밟고 있는지, 유지기간 동안 관리는 잘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너무 많은 지표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데일리의 핀테크 스터디 ‘Fintech in DAYLI’ 2차수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차수에서는 인슈테크 기업, 디레몬 명기준 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국내외 인슈테크 동향 및 P2P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명 대표(페이스북 바로가기)는 데일리에 합류하기 전 KDB생명보험에서 온라인보험 사업부서를 만드는 일을 주도하고 4년 동안 해당 사업을 운영했던 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산업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인슈테크를 통해 해당 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보험의 본질에 대해서는 앞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해당 글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오자면 보험은, “적은 금액을 십시일반 모아 위험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보험사가 하는 역할은 1) 위험에 함께 대비할 사람들을 모으고 2) 모인 사람들이 공평하게 돈을 가져갈 수 있게 확률통계 기반의 상품을 설계하고 3) 금융사고가 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보험상품들은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는 고객이 모은 돈과 고객에게 지급될 돈이 반드시 일치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참고) 소비자 관점에서 보험은 이것만 아시면 됩니다. 보험료의 적정 수준은 얼마인지, 보험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서 소개하고, 본 글에서는 산업 관점의 내용만 소개합니다.
> https://brunch.co.kr/@musestory/29
이렇듯 보험은 작은 힘으로 큰 위험에 대비하자는 좋은 마음으로 출발을 했는데 현재의 보험시장은 조금 변질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결국 시장에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는 것에 있는데, 이는 또 정책과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인보험의 시장 성장세는 인구성장률에 비례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 인구는 5천만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습니다. 80년대와는 크게 다른 현상이죠. 이 정체되어 있는 시장에서 40개의 보험사가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겁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과거보다 많이 줄긴 했습니다만 시장규모에 비해 여전히 많은 숫자입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1980년대 중반, 국내 보험업이 막 성장하려던 시기에 해외무역이 개방되면서 금융업도 문호를 개방하라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당시 관료들은 보험산업 시장침투율이 높지 않은 이때 문호를 개방해 버리면 선진 금융기법을 가진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국내 시장을 뺏겨 버릴 거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간을 조금 벌어두고 보험회사를 많이 만들어 시장침투율을 빠르게 높이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지역 별로 많은 보험들이 생겨났고, 당시 그 수는 50여 개에 이르렀죠.
보험사는 세 가지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고객으로부터 모든 금액보다 지급된 금액이 적을 경우 그 차익을 취합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이익의 원천이죠. 2.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수익을 취합니다. 보험사가 받는 월 보험료는 그 규모가 무척 큽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2조 원 가량이 되죠. 이 자본으로 자산운용을 하는 것인데, 최근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과거 보험상품에서 약속한 금리만큼 현재 수익률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사업운영비 명목으로 수익을 취합니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에는 위험보장에 필요한 금액 외에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험보장을 위해 월 1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면 여기에 3만 원 정도가 추가되고,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월 13만 원이 되는 겁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중에서도 사업비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비는 보험상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판매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영업조직은 커지게 됩니다. 영업인도 본인의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산업구조는 판매자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해외에서는 기존 보험시장에 대해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접목해 합리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내겠다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 기준 13개 분야에서 700여 개의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16년에는 14개 분야에서 약 1000개의 기업이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 분야는 가격비교 및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 영역입니다.
국가 별로 보면 미국에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있고, 새로운 보험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핀테크 플레이어 별 전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확인해 보세요.)
연도 별 설립 비중으로 보면 인슈테크 시장은 2013년부터 급성장했고, 2015년에 123개 사가 설립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이제 막 인슈테크라는 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관련 플레이어는 디레몬을 포함, 여섯 곳 정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투자는 해외를 기준으로 2014년에 6조 원 정도, 작년에도 약 3조 원 정도가 집행됐습니다. 컨슈머 플랫폼이라는 회사가 직접 보험사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천 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언급되어 있는 P2P보험 분야에 대해서는 누적 2조 원 정도의 투자가 집행됐습니다. 국내는 작년 초까지 보험업에 대한 투자가 일부 있었습니다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인슈테크 사업영역을 다시 소비자 관점에서 보자면 1) 보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2) 나에게 알맞은 상품을 탐색하고(애그리게이터, aggregator) 3) 선택해서 구매하고 4) 구매상품 관리 및 비용청구의 영역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IoT(사물인터넷) 접목을 통해 좀 더 나은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플레이어나 P2P보험을 전문으로 하겠다는 플레이어도 등장하고 있죠.
특히 국내의 경우 인지, 탐색, 선택, 구매, 유지라는 각각의 보험소비 단계에서 소비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소득 대비 보험료 지출비용이 무척 큰 나라입니다만 소비자가 필요한 보험을 중심으로 탐색하고 있는지, 가입 절차는 합리적으로 밟고 있는지, 유지기간 동안 관리는 잘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너무 많은 지표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죠.
이를 테면, 보험상품은 온라인으로 가입해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가입률은 자동차보험이 30% 대, 생명보험은 1%가 채 안됩니다. 보험상품의 유지기간은 어떨까요. 통상적으로 보험상품 가입률은 가입 후 2년 뒤까지는 80%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면 해지율이 50%에 달합니다. 판매된 상품이 2년 동안 유지돼야만 판매담당자가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2년까지는 관리가 잘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죠. 문제는 해지하면서 원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무척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고, 이 비율은 전체 금융민원의 60%에 육박합니다.
디레몬은 보험소비자에게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통합상품 조회 및 비교) 및 커스터머 매니지먼트(Customer Management, 가입기간 내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소비자는 레몬클립 앱서비스를 통해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국내 40개 보험사)을 통합조회할 수 있고 매년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나에게 최적화된 상품(국내 10개 보험사)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결혼이나 자녀양육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필요 보험요소들도 자동으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병원에 다녀왔을 때 보장 가능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앱을 통해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P2P보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P2P보험이 공동구매 형태로만 다뤄지고 있는 추세인데, P2P를 보험에 적용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작년 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200억 규모였습니다. 실제로 적발되지 않은 건까지 포함한다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P2P를 통해 구조적으로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절감된 금액에 대한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디레몬은 현재 이런 관점의 모델을 구상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 오픈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DAYLI의 daily] #11. 명기준의 인슈테크 "보험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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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LI의 daily]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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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LI의 daily] #9. 핀테크, 좀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죠.
[DAYLI의 daily] #8. 불확실성의 시대, 융합에 집중하라
데일리금융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핀테크가 바꾸게 될 우리 일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습니다.
데일리금융그룹은 2015년 2월에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기업입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로보어드바이저 등 금융혁신에 필요한 서비스 및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금융을 전 세계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