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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21. 2018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

230권 한정본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230권 한정본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독립 출판으로 어린이작가 그림책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든 과정을 손으로 만지고 발로 뛰었네요. 몸소 부딪혀 경험하고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실에서의 그림책 창작 수업에서부터 원화 스캔, 포토샵 후작업과 편집, 어린이작가 원고 지도와 정리, 내 원고 집필과 탈고, 도서번호 신청, 인쇄, 북트레일러 제작, 포장, 주문, 입금, 우체국 배송까지..


편집자님과 디자이너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고마운 도움의 손길을 받으면서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하는 지혜와 기쁨도 누릴 수 있었구요.

그 중에서 가장 귀중했던 것은 책을 주문해주시는 첫 독자님들과 직접 소통했던 것입니다.
통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바닥으로부터 발로 뛰어 보면서 겸손한 초심과 뚝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끌벅적 요란하지도 않고, 검색이 잘되는 브랜드나 맛집도 하나없는 이 조용한 블로그에 책 출간 소식을 올린 것이 전부인데,
과연 어떤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주문해 주실까... 딱 열 분이랑만 마음이 통해도 좋겠다! 했었는데요,
어느새 이렇게 많은 독자님들을 만나뵙고, 블로그를 통해 소식 보고 있었노라고, 응원하고 있었노라고, 틈틈히 올라오는 글을 애독하고 공감하고 있었노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과
생각지도 못한 뜨거운 교감을 하게 되었던 것. 제게 그것이 가장 큰 감사였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하루가 다르게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잘 나가는 책은 얼굴을 보이고 당당히 누워있고 잘 나가지 않는 책은 등을 보이며 꽂힙니다.
소중히 여김을 받는 책도 많지만, 내팽개쳐지는 책도 정말 많지요.
홍수같이 쏟아지는 책의 파도를 헤치고 이 조용한 바위 틈새로 찾아와 주셔서 가만히 피어난 한 송이의 꽃을 발견해내어 주듯이
통로의 책이 가진 존재 가치와 잠재력을 알아보아 주시고,
통로가 이어가는 철학과 도전을 소중히 여겨주시는 독자를 만난 것.
그것이 제게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커다란 용기가 되었어요.


이 책은 세상에 딱 230권만 존재하는 한정본으로 출간하였습니다.
그 만큼 만든이로서 한 권, 한 권에 애착이 갔어요.
한 박스는 애초부터 곳간에서 꺼내지 않을 생각으로 깊숙한 곳에 고이 아껴두었는데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아아, 이젠 정말 그만 꺼내야지...' 하면서 쌀을 한 되씩 비우는 심정으로
독자님들께 야금 야금 꺼내어 드렸습니다. 이제 정말 제 손에 남은 책은 애틋한 다섯 권 뿐이네요.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의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후원금을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주기 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관을 찾았습니다. 현재 두 기관에 마음이 닿아 후원을 결정하였습니다.

1. 사직동 그가게의 작은 책방
티벳 난민 아이들을 위해 인도 다람살라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도서관'에 통로의 그림책 영어 번역본 세 셋트를 기증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티벳어로 창작활동을 하는 동화작가 없다고 합니다. 대표님과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의 삶과 꿈에대해 나누면서 저는 티벳 아이들이 꿈을 꾸고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티벳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창작 수업을 진행하실 수 있도록 수업 자료를 드리고 진행 과정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2. 다문화 도서관 모두(Modoo)
저는 우리 학교 근처 지역 사회에서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았습니다. 책으로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을 것이란 생각에 특히 도서관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주변 분들께 물어 물어 동대문구에 위치한 다문화 도서관 모두를 소개받게 되었어요.
관장님 말씀이 10년 가까이 운영해오던 장소에서 도서관의 문을 닫게 된 이후, 작년 11월 다시 문을 열고 자리를 잡아가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2018년의 수업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고 하시면서 통로의 그림책창작 수업을 진심으로 반겨주셨어요. 이 공간에 모이는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책'을 창작하는 경험을 선물해드리고자 합니다. 책을 기증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재능기부인 <그림책 창작의 경험>을 선물해주는 것이 가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두 공간으로 흘러 흘러갈 통로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차근히 여러 독자분들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에 귀 기울여주시고 함께 마음 모아주신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되는 그림책]은 그 제목이 담고 있는 것 처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바로 지금부터, 삶 속에서 진정한 이야기를 시작해나갈 것입니다.

이 책이 우리의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일으켜 비로소 행동하게 하기를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게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책 속에서만이 아닌 책을 덮고 고개를 든 이 삶 속에서,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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