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로이현아 Jan 23. 2018

[ebs 다큐프라임 번아웃키즈-미방영분] 홍릉초 통로

우리는 여기, 교실에서 과연 어떤 교육을 해야할까

다큐프라임 번아웃키즈 팀이 오셔서 홍릉초 그림책창작동아리 통로의 수업과정과 어린이작가 인터뷰를 촬영했다. 여름과 가을 두번에 걸쳐 열심히 촬영했는데 편집 방향이 달라져 최종 방영분에 들어가지 않아 죄송하다는 연락을 주셨다.(편집 완료된 최종 방송을 보니 생각지못했던 '돼지'가 등장했다!)


수업 장면 촬영한 후에 어린이작가들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인터뷰의 마지막마다 피디님께서 다음과 같은 예정에 없던 질문을 던졌다. "이현아 선생님의 그림책 수업은 다른 수업과 어떻게 다른 것 같아?" 멀찌감치 서서 인터뷰 장면을 유유히 바라보던 나는 이 질문에 이르자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쫑긋 세워졌다.

"음... 보통 수업은 정답이 정해져있고 그걸 우리한테 가르쳐 주시잖아요? 그런데 이현아 선생님은 우리한테 어떻게 하라고 답을 가르쳐주기보다 각각 한 사람씩 모두가 스스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거요."

"솔직한 본인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교실에서 안 써본 신기한 재료 준비를 많이 해주시는 거요."
"훨씬 자유로운거 같아요. 정해진 틀을 주기보다 원하는 걸 자기 마음대로 표현하도록 해주니까요."

"하고 싶은 방향 있으면 의견을 존중해주는 거요."
"선생님은 영혼이 자유로우시고(?) 감각적이신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업시간이 답답하지 않다는거?"

생각지 못했던 피디님의 질문으로 인해 나는 물음표를 아이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다. 취업도 안되는데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은 왜 가야하냐고 묻는 아이들, 쓸모없는 존재로 솎아 내어질까봐 두려워 움츠러들어있는 아이들... 어차피 서열은 정해져 있다고 자조하며 무력함에 빠져있는, 그아말로 '번아웃 키즈'.
어떻게해야 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사고하며 살아갈 마음의 힘과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까? 이 시대에 난 여기, 교실에서 과연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고민이자 사무치는 탄식이다.

어떤 삶의 자리에서든 주체적으로 살아갈 마음의 힘을 갖게하는 것. 온전한 나를 발견해나가는 삶의 태도. 나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고민에만 머물지 않고 실행에 옮겨볼 줄 아는 실천적 역량.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나갈 평생의 탄탄한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나는 어린이작가의 그림책이 그런 역할을 하길 원한다.

오직 내가 직접 느끼고 경험하고 성찰한 것 만이 내게서 아이들에게로 고스란히 흘러갈 것이다. 이제 이 지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고 또 그만큼 실천해나가 볼 일이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작가의 이전글 "내 책을 부탁해" 티벳어린돕기 책 경매에 초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