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로이현아 May 24. 2016

[이그림책,참괜찮아요] 눈물 쏙빼는 우리의 진짜이야기

눈물바다(서현)

[이 그림책 참 괜찮아요#3] 눈물바다(서현)

눈물 쏙 빼는 우리의 진짜이야기,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가장 크게 반응하며 공감하는 그림책은 무엇일까? 두말 할 것 없이 서현의 '눈물바다'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눈물'에 그야말로 격하게 공감한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우두둑- 쏟아져 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아이들 마음.


엄마, 아빠가 이거 좀 읽었으면 좋겠어요


지혁이는 눈물바다의 주인공과 자신이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처럼 꼭 같다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텔레파시

시험지가 백지
'나도 그래'
집에 아무도 없어서 슬퍼
'나는 맨날 그래'

비가 올 때 우산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니가 가지고 갔어야지!"
엄마, 아빠는 싸우고 있어

나도 네 마음 이해해
텔레파시가
삐용 삐용

(5학년)

아이들이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시험을 볼 때 아는 것이 없어서 백지가 될 때도, 친구때문에 선생님께 억울하게 혼나게 될 때도 아니다. 다음의 대목에서 아이들은 아우성친다.

공룡 두 마리가 싸운다

"그럴 때 제일 최악이예요", "스트레스로 치면 그게 최고예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볼멘 소리. 킹콩, 호랑이 처럼 싸우는 부모님 앞에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작은 새' 혹은 '작은 돌멩이'가 되어서 구석에 쳐박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눈물 쏙 빼는 우리의 진짜 이야기, 듣고 싶으세요? 시험 망쳐서 혼날 때도 아니고, 잘못해서 회초리 맞을 때도 아니예요. 엄마 아빠 부부싸움 할 때, 저희 정말로 정말로 힘들어요."
최악의 날

오늘은 최악의 날이다
일이 안 풀린다

터덜터덜 집에 왔다
두 여자 킹콩이 싸운다

인사도 안 해준다
말도 무시한다

나 혼자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최악의 날이다

(5학년)
부모님이 싸우실 때

부모님이 싸우실 때
호랑이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온 것 같다

부모님이 싸우실 때
나는
부모님께는 보이지 않는
작은 새가 된 것 같다

아니
저 멀리 던져져 있는
작은 돌멩이

너무 슬프다

(5학년)

다현이는 '상황에 알맞은 속담'까지 제시해준다. 아무 죄 없는 나에게 엄마가 던졌던 화살이 정통으로 꽂혔을 때, 이럴때 어울리는 말이 바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라고 한다.

상황에 알맞은 속담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아졌다

그런데 엄마는
아무 죄 없는 나에게
화살을 던졌다

그 화살이 내 가슴
정통으로 꽂혔다

이럴 때 어울리는 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5학년)

                                                                                         

예상외로 너무 많은 아이들이 '눈물바다'에서 부모님이 싸울 때의 슬픔을 떠올려 시로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 공부이야기나 친구들간의 관계이야기 정도가 많지 않을까 했던 교사의 생각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가. 교사 입장에서도 읽는 내내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이 아이들의 마음이 부모님께 전해지면 정말 마음이 아프실 것 같다.         

                                    

나의 생일

오늘은
내 생일
그런데 일어나보니
엄마 아빠는 싸웠네

기대했었는데...

엄마 아빠
제 생일에는
싸우지 마세요

내년 생일에는...
기대해도 될까

(5학년)
스트레스

엄마 아빠
왜 내 앞에서 싸우세요
저는 엄마아빠 싸울 때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아요

이렇게
엄마 아빠한테 말하고 싶다
도덕시간에 선생님 말씀처럼

근데 너무 무서워가지고
그런 말을 아예 못하겠다

우리 동생도
많이 스트레스 받는데...

제발
부부싸움 안했으면 좋겠다

(5학년)





한편, 하경이는 이 장면에 주목했다. 지친 어깨로 집에 돌아와 '띡띡띡띡-' 현관문을 누르는 소리,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서 침묵하는 텅- 빈 집이다.

투명인간

띡띡띡띡
현관문 누르기 소리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빈 세상

터벅터벅 혼자
집안을 거닐 때면

투명인간이라도 내게
따뜻한 말을 전해줬으면

(5학년)
나의 눈물

친구들 앞에선 못 울고
마음 속에서 서럽고
하지만 못 울고

그래도
집에 가면 반겨줄까?
하지만 또
혼자...
혼자...
혼자...

(5학년)




다음으로 아이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슈는 '성적'이었다. 가방을 숨기고 자면서 '성적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없는 분노' 때문에 화가 났던 승준이에게서는 그래도 처절한 노력의 여지가 보여 희망적이었다. 다만 '비교'로 인해 힘들어하는 예쁜 혜승이. 그 아이를 나는 있는 힘껏 꼬옥 껴안아 주었다.

성적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
돌아가면 엄마 공룡에게
혼날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나는 무섭다
학원을 갔다가 밤 11시에 들어와서
무서워서 가방을 숨기고 잔다

왠지 모르게 분노가 밀려온다
성적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나는 화가난다

(5학년)
공부

난 뭘까?
위에서 공부 잘하는 괴물이
나를 깔아 뭉갠다

우리 엄마
매일
비교 비교 비교


너무 힘들다

공부 못하는

대체 뭘까?

(5학년)




그리고 이어지는 귀엽고 재미있기도. 또 한편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는 이야기들.
한참을 아이들의 눈물바다 속에서 파도에 쓸려 웃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면서 머물다보니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는다.  

놀림

내 옆에 매미가
맴맴 거린다

너무 짜증난다

여름날 들리는
강한 매미 소리

(5학년)
친구의 잔소리

너는 왜 못하니?
너는 왜 노력하지 않니?

정곡을 찌르는
친구의 잔소리

나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바다 거북

내 간은 새끼 바다 거북처럼
쪼글어져 있다

(5학년)
그만 먹어

외계인들이 협박한다
'그만먹어'

훌쩍훌쩍
뚝 뚝
떨어진 내 눈물은
흰 밥알

(5학년)



끝으로 온 가족이 툭 건들면 팝콘처럼 펑 펑 터지는 와중에 자신 만은 절대 터지지 않는 '얌전한 옥수수'가 되기 위해 혼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예쁜 수화에게,

팝콘

우리 가족은 팝콘
툭 건들면 펑 하고 터지는
팝콘

엄마는 중간 팝콘
시험 점수 보여주면


아빠는 왕 팝콘
티비 보는걸 돌리면




오빠도 왕 팝콘
게임을 할 때 방문을 열면



그렇지만 나는
팝콘이 아닌
옥수수

얌전한




(5학년)

'눈물바다'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메세지.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훌쩍 훌쩍 울고나니
시원하다, 후아!


눈물바다 (김남휘, 12-year-old) 2016  acrylic on canvas


우는여인 (신서현, 12-year-old) 2016  acrylic on canvas


슬픈 고흐 (박상준, 12-year-old) 2016  acrylic on canvas


울고나면 슬프지만 시원한 기분 (조우진, 9-year-old) 2016  acrylic on canvas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이십대에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