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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Oct 12. 2016

[독서교육] 시와 그림이 스며스르는 교실 속 그림책

아침독서신문 -그림책 교육

                                                                                                                     

[독서교육] 시와 그림이 스며스르는 교실 속 그림책

[독서교육] 시와 그림이 스며스르는 교실 속 그림책[

[독서교육] 시와 그림이 스며흐르는 교실 속 그림책

아침독서신문-그림책교육


아침독서신문 10월 그림책 특집에 교육미술관 통로의 교실속그림책 이야기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10월호를 [그림책 특집]으로 기획하고자 한다는 편집부의 연락을 받고 너무 반가웠어요. 그림책을 사랑하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교육의 토양에서 그림책에 관한 여러가지 담론이 더욱 많이 이끌어내어지기를 바라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림책으로 '나를 부끄럽게하신' 최은희 선생님의 글을 늘 먼발치서 존경하며 읽었는데 이렇게 지면에서 함께 만나뵐 수 있어서 제게 더없는 기쁨과 영광이었습니다.

아침독서와 독서교육을 위해 애써주시는 행복한 아침독서신문, 늘 응원하고 애독합니다!


시와 그림이 스며흐르는 교실 속 그림책

                                       

'그림은 말이 없는 시이며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는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의 말을 참 좋아한다. 내가 아이들과 교실에서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수업 활동은 '시 쓰기'와 '그림 그리기'이다. 자신의 내면에 담긴 내러티브를 언어와 이미지로 표현하면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이런 시와 그림이 만나면 한권의 '그림책'이 된다.
유난히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일 년 내내 행복했던 2015년, 아이들에게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인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을 때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무모한' 그림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그림책에 고유번호인 ISBN을 받고 인쇄를 하려니 출판사가 필요했다. 구청의 문화체육과를 무작정 찾아가서 독립출판을 하고자 한다 했더니 등록할 출판사 이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껏 나는 학교에서 '2-3 담임' 혹은 '이 선생님'으로 존재했지 '이름'이라는 것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내 성을 딴 '도서출판 LEE'로 임시 출판등록을 했다. 이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자괴감에 빠졌다. 스스로 철학과 의미가 부재한 삶을 살고있다고 여겨지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이선생님, 나의 정체성은 과연 그뿐이었던가?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난 6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나는 여러번 마음이 깨졌고, 나의 작음을 느꼈고, 되는대로 흘러가고 싶지 않아 부족한 발버둥을 쳤다. 그 과정과 노력이 다시 나를 일으켰고 미약하지만 선명한 뜻을 세웠다. 단지 이제껏 내 안에 산재한 것들을 마음먹고 한데 모아 정리하고 갈무리할 기회와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출판사 이름을 지으며 나는 비로소 그 계기와 명분을 가지게 되었다.


                                                                                                                       

'교육미술관 통로'의 탄생

                                                                                                                      

교실이라는 유리 온실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무력하다고 느껴질 떄, 내 안에 담겨 있는 작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담아낼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흘려보내는 '연결 통로'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통로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늘 스스로 비우고 배워서 남주는 삶, 통로를 통해 흘러가는 선한 영향력이 아이들의 마음에 시와 그림이 되어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삶, 이것이 바로 교실에서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내가 꽉 붙잡았던 삶의 방향이었다.


흘러가다 : 내가 담아낼 수 있는 것보다 더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흘려보내는 연결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스며들다: 통로를 통해 흘러가는 선한 영향력이 아이들의 마음에 시와 그림이 되어 스며들기를 소망한다. 

                                                                                                                   

삶과 교육을 통해 내가 담고자 했던 의미를 이렇게 두 가지의 큰 줄기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내 안의 것들이 제자리를 잡고 빛을 내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내 삶의 방향과 철학을 담은 '교육미술관 통로(http://www.museum-tongro.com)'가 탄생했고,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 '이름'을 불러주자 내 안에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독자에서 작가로 성작한 아이들

                                                                                                                     

아이들은 독자로서 책을 읽는다. 미술관의 작품은 나와 동껄어진 예술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쓰기' 역시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작가가 되는 경험을 한다면 아이들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했다.
아이들은 책을 남의 것으로 생각하여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에 반해 직접 작가가 되는 경험을 통해 주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책을 바라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에서 '쓰기'로 사고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주체'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또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같은 질문을 던지며 능동적인 읽기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자는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데, 이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때 아이들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서랍 속 노트에서 공론화된 담론으로

                                                                                                                    

아이들과 독립출판으로 창작그림책을 만들면서, 자신이 쓴 글이 서랍 속 노트에 있을 때와 학급문고나 도서관에 있을 때 책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와 눈빛이 달라졌다. 완성된 자신의 책을 받아들 때의 가슴 뛰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작가로서의 묵직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나아가 그림책을 학급문고에 비치했을 때는 서랍 속에 있던 개인적인 글이 아닌 하나의 공론화된 담론이 되었다. 아이들은 친구작가의 책을 대할 때 유명 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흥미를 보였고, 독자와 작가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교실이 하나의 커다란 토론장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그림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면 새로운 담론으로 확장되어 갔다. 특히 한 어린이작가는 "내 이야기가 강물처럼 멀리멀리 흘러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능동적인 해석을 거쳐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은 적극적인 독후활동일 뿐만 아니라 미적 체험으로서 아이들에게 하나뿐인 창의적인 작품을 소유했다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이때 아이들이 스스로 글과 그림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와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첫걸음이다. 선생님들에게 '나를 표현하는 이미지(캐릭터)그리기'로 출발한 것을 제안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이미지에는 반드시 그것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의 성격을 '주변 상황에 잘 순응하여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면서도 뿌리가 깊다'라고 표현하며 '미역'으로 그려낸 아이가 있는가하면, 자신을 '찹쌀떡'처럼 질기다고 표현하는 아이, 그리고 '재활용 페트병'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그려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담아내어 진정성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림책 구상의 절반이 이루어진다.

교실 속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낸 그림책은 살아있는 독서교육 자료로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 학원비를 받고 그림책을 만들어주는 미술학원도 있다. 그러나 교실 속 그림책은 공교육의 토양에서 교사가 자발적으로 심을 씨앗에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자라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교육미술관 통로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들려주는 살아있는 시와 그림에 귀 기울여 한 권의 진정성 있는 그림책으로 담아내는 일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강물처럼 넓고 깊게 흘러가는 어린이작가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한줄기의 굵직한 이야기로 흘러가도록 돕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침독서신문]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6/10/01/201610011023001472.html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22082997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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