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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Mar 28. 2017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도서관 이야기] 책쓰기동아리촬영

교육미술관 통로(통로 이현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월간지 [도서관 이야기] 홍릉초 책쓰기 동아리 촬영

교육미술관 통로(통로 이현아)                                                                                                                                                                                    

책쓰기 동아리 아이들과 그동안의 수업 과정을 다시금 돌아보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의미들을 확인하고 나누었다. 우리가 함께 왔던 길을 쭈욱 되짚어 보았던 시간, 열심히 달려가다가 잠시 숨고르고 허리 쭉 펴고서 땀을 닦는 기분이었다. 보내주신 촬영 사진들과 함께 오늘을 책쓰기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잠깐 기록하고자 한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두 친구, <스프리의 여행>을 쓴 어린이작가 김주희, 그리고 <책들의 고민>을 쓴 어린이작가 김하림이다.

어린이작가 김주희의 <스프리의 여행>은 반드시 세로넘김으로 작업해달라 했던 작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길게 위로 넘기는 직사각 판형으로 구현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스프링이 위로 튀어 오르는 것 같은 율동감을 느낄 수 있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흥미로운 책이다. 보통의 세로넘김 그림책은 위에서부터 글을 읽게 되어있는데, 이 책은 스프링의 움직임에 충실히 따라 아래에서 부터 위로 글을 읽어 올라가야 한다. 

어린이작가 김재인은 <표정을 찾아서>라는 책을 쓰고 있는데, 세가지 표정을 가진 얼굴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OHP 필름과 아크릴 물감을 활용하여 콜라주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어린이작가 김재인은 학기가 모두 마친 2월달에도 열심히 작업을 이어갔는데,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시간에 교실로 꾸준히 찾아와서 작업을 이어가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햇살이 길어지는 오후, 빈 교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수줍게 들어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때마다 어찌나 예쁘고 반가웠는지.  자신의 작품을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뚝심과 꾸준한 애정을 보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스스로 교실 한켠에 정리해 두었던 스토리보드와 표현재료들을 착착 꺼내서 이전에 했던 작업을 묵묵히 이어갔다.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조잘댔는데, 이를테면 자신의 태명이 왜 '곰곰이' 였는지, 또 하필 '표정'을 찾는 이야기를 왜 쓰게 되었는지 등을 말 그대로 '조분조분' 이어가면서 열심히 손가락으로 오리고 붙이고 칠하고 그었다. 그렇게 학원에 가기 전까지의 오후 시간을 활용해서 교실에 왕왕 들를 때마다 작품은 조금씩 발전하였고 어느 날 그 윤곽을 드러내었다. 이제 드디어 그림책 원화 작업이 완료되었고, 그동안 야무지게 들려주었던 작가의 말을 비롯하여 지도교사로서의 추천의 말을 찬찬히 정리해서 한권의 책으로 엮는 일만 남았다. 

어린이작가 김하림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동생 미림이를 위해 직접 책을 써서 선물했다. 언니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은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 동생 미림이 때문에 책들이 슬퍼하고 고민하며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 한명의 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누나, 우리 서연정 어린이작가는 물감을 직접 묻혀서 찍을 작은 손이 필요하다며 귀여운 1학년 동생을 직접 데려와서는 고사리 손에 물감을 묻혀 찍었다. 물감을 손으로 만지는 촉감이 너무 신기하고 좋다며 물감 찍기로 시작했던 작업이 결국은 손가락으로 그리기, 묻혀 뿌리기 등 물감으로 할 수 있는건 죄다 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덩달아 동네 친구까지 데려와 셋이서 합세하여 오후 내내 한바탕 아크릴 물감 삼매경에 빠져있던 날이었다. 



무엇을 해도 똑부러지게 잘하는 어린이작가 윤하경은 첫 날 자신을 표현하는 수업에서 스스로를 노란색 사각형으로 표현했다. 그 이유는 각이 딱딱 잘 맞는 사각형처럼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사각형을 시작으로 하경이는 도형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각기 다른 도형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이어서 <학사모의 이야기>, <솎아내기>, 그리고 <가까이가지 마세요>까지, 한 권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간 함께 수없이 머리맞대고, 쓰고, 고민하고, 수정하고, 그렸던 우리의 흔적들.
또 이 흔적들을 있게 한 삶 속의 맥락 자체가 고스란히 담긴 책들.

<밤의 언어>에서 어슐러 르 긴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이가 죽어서 어른이 되는게 아니라, 아이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성숙한 어른이 지니는 능력은 모든 아이에게 내재되어 있지만, 성장 과정에서 그것을 북돋워 줄 수도 있고 혹 이를 억압하고 싹을 잘라내 버릴 수도 있다고. 이 말을 다시 꺼내어 읽을 때마다, 나는 어린이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이 책들이 부디 모든 아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어 북돋워주는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하여 이 싹들이 잘려지지 않고 자라나는 날, 그 아이는 살아남아 어른이 될 것이다.  
                                                                                                                                              

성숙이란 자라나서 별개의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이가 죽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성숙한 어른이 지니는 뛰어난 능력은 
모든 아이에게 내재되어 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그것을 북돋워주면 
어른이 되어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지만, 
역으로 어린 시절에 그것을 억압하고 싹을 잘라내 버리면 
어른이 되어서의 인격도 
편협하고 비뚤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어슐러 르 긴, <밤의 언어>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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