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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Dec 21. 2017

[가치 토론 수업-미술]인류에 남을 딱 한 점의 작품

내게 가장 가치로운 것 딱 한 점의 그림

독자님, 안녕하세요?

[말하는 그림] 폴더에는 수업을 통해 만났던 아이들의 작품 중에서 혼자만 보기엔 도저히 아까웠던 작품들을 여러분께 틈틈히 소개해보려 해요.

저는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표현을 통해 한 사람의 내면 세계를 만날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껴요. 그것이 글이든 선이든 색이든 몸짓이든... 형체는 없지만 내면에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 비로소 윤곽을 부여받아서 슬그머니 드러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걸 만나는 시간이 가장 설렙니다.

이 수업은 가치 토론 수업으로 진행했어요. 주제를 "인류에 남을 딱 한점의 작품을 그린다면?" 으로 설정하여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나누고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음은 학습지를 통해 수업시간에 함께 생각해보았던 질문입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
1. 지난 시간에 우리는 미술 작품을 표현하고 감상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 관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나 느낌에 집중해 볼 수도 있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 사람들을 일깨울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작품을 보고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관점을 가지고 감상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미술에 대한 두 가지 관점 중 어느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이 두가지가 아닌 다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으신가요?
자신이 예술가라면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은지 생각하여 써보세요.

1-1. 미술 책에 나오는 작품 중에서 딱 한가지의 작품만을 인류에 남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작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작품들이 다 불타서 없어진다고 가정할 때, 딱 하나의 작품만을 남길 수 있다면?
학생들은 미술 책 속에 실려있는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명화를 남기겠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의외의 학생 작품을 남기겠다고 선정한 학생들도 많았어요.


1-2.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 이번에는 여러분이 작가가 되어봅시다. 인류에 가치롭게 남길만 한 딱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 가치롭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치/감정/사물/사람/장면/사건

여러분이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가지 써보세요.

2-1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하여 표현할까요?
선/색/재료/표현방법

2-2. 내가 가진 의도를 표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구상해보세요.




1)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에 관하여.
바닥이 본 세상(김두겸, 2017)


이 학생이 미술책에서 고른 <인류에 남길 한 작품>은 <개미의 눈으로 본 나무>라는 제목의 학생 작품이었다. 주변의 대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개미의 시점으로 그려진 나무 그림.

그 작품이 가치로운 이유에 대해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각자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자고 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골랐다.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무서워하지만 바퀴벌레의 입장에서보면 사람이 더욱 무서울 수 있다."



2) 가장 가치로운 것은 바로 나.
주인공은 나야, 나(김남휘, 2017)


나의 존재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
그것이 사실은 인류가 쓰고 그리고 칠하고 빚는 궁극의 이유가 아닐까.




3) 인류의 처음에 관하여.
지구 탄생, 그 몇년 뒤(윤현서, 2017)


처음을 기억하는 것, 마지막 순간이 올 수록 그것이 더욱 절실해 질 수 있다.





4) 평온한 하루의 일상에 관하여.
평온한 하루(김다현, 2017)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기억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안온했던 기억들과 소소한 행복들이 어쩌면 전부일지 모른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나를 보며 웃어주었던 충만했던 표정, 거실 소파에 널부러져 서로 살을 부비대며 늘어진 오후를 보낸 시간의 촉감과 같은 것들 말이다.






5) 나의 우상에 관하여.
EXO(황서영, 2017)


그래.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팬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니!





6) 우리가 존재했던 공간에 관하여.
텅 빈 교실(이도연, 2017)



이렇게 생각해주는 학생들 덕분에 교실의 온기는 식지 않는다. 이 공간이 딱딱하고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소중한 기억들이 따스하게 녹아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나에게도, 너에게도.






7) 아름다움, 그 자체에 관하여
꽃밭과 아이(김현영, 2017)






8) 나의 가장 소중했던 가족에 관하여.
가족의 소중함(민솔, 2017)






9) 가장 슬펐던 순간의 심경에 관하여.
겨울마음(권은지, 2017)








10) 생애 가장 큰 행운에 관하여.
복권 당첨(김연준, 2017)






11)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것들에 관하여.
사과(조한별, 2017)

                                                                   









12)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꽃(김태현, 2017)








13)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에 관하여.
철민 머리(임철민, 2017)







인류에 가치롭게 남길만한 딱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작품을 남기겠습니까?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가치롭다고 생각하세요?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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