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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09. 2018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5차 발송 상황

부암동에서 보내드립니다!

[덮으면서 다시 시작하는 그림책]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새해를 맞이하고 5차 발송으로 만나뵙게 되었네요.
제가 좀 인간적인(?) 정돈 능력을 지닌지라... 차 조수석과 뒷좌석을 아주 <이동하는 작업실>마냥 온갖 책을 다 싣고 너저분하게 다녔는데요,
오늘에야 내내 조수석에 모시고 다녔던 이 책들을 싹 보내드렸네요. 

오늘은 부암동에 갈 일이 있어서 돌아오는 동선에 있는 세검정 우편취급국을 들렀답니다.

요즘엔 운전을 하면서 무의식중에 우체국 표시의 빨간 간판이 눈에 확확 들어와요ㅎㅎ 특히 주차장이 널찍하게 확보된 곳이면 막 반갑고요. 어느 동네든 우체국이 구석구석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사실!

오늘 독자님들께 마음을 담아 보내드린 엽서 앞면의 그림은 
[Deep Forest]라는 제목으로 제가 2015년에 자작나무 숲을 그린 나이프유화 이고요,
엽서 뒷면의 시는 [숲]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엄마가 쓰신 시예요.

제가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엄마의 영향이 크답니다.
양장의 문학전집과 클래식 카세트 테잎을 곁에두고 소설가를 꿈꾸던 젊은 날의 엄마... 
어린 날, 엄마 아빠는 수요예배를 드리러 가고 동생과 책꽂이 가장 구석진 곳을 뒤적거리던 어느 저녁, 엄마의 글노트 더미를 발견한 적이 있어요.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닌 '또 다른 어떤 여자'를 발견한 듯 신비로와서 혼자서 몰래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노트를 읽어내려갔던 기억.

특유의 가벼운 글씨체로 꼭 모나미 수성 플러스펜으로만 써서 군데군데 흐리게 번져있던 노트들,

제가 뱃 속에 있던 시절 써내려갔던 "어린왕자, 안녕?" 으로 시작되던  숱한 편지와 소회들에 가슴이 마구 설레었던 기억.(며칠 뒤 눈을 흘기면서 나 딸인데 왜 왕자라고 썼냐고 따져 묻기도 했지만요)

어떤 페이지는 신혼집에 들였다는 커피색 원목 식탁의 목질과 무늬에 대한 이야기와 거기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써내려갔다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빼곡히 채우기도 했고,

어떤 페이지는 몽돌 등의 예쁘고 희귀한 돌을 모으기 좋아하며(아직까지도 친정집 찬장에 전시되어 있지요) 식물을 가꾸기 좋아하는 아빠의 섬세한 감성을 귀히 여기는 이야기가 적혀있기도 했고,

또 어떤 페이지는 흑백 사진과 반쯤 바스라진 낙엽이 끼워져 있기도 했던 그 노트.

젊은 날의 엄마가 지녔던 '자기만의 방' 을 반짝이는 눈으로 들여다보았던, 제 어린 시절 소중한 기억이에요.


그런데 엄마는 더이상 글을 쓰지 않으셔요. 그 귀한 노트들도 어느 틈에 없.어.져.버.렸.다.고.해.요...ㅠ(오마이갓...)

홀로 애닯은 딸은 그 노트들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이제 본격적으로 엄마의 글을 써보라고 채근하는데, 막상 엄마는 영혼이 성화의 경지에 이른 듯한 얼굴. 
그런 일은 이제 내게 커다란 의미도 아쉬움도 아니라는 듯 인자한 미소만(?) 지으시네요. 

지금의 나는 그 노트를 이어받아 이렇게 나만의 노트를 빼곡히 채워가는 젊은 날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는 왜 자신의 노트를 미련없이 접어버린 걸까요? 어떻게든 엄마의 그 노트를 다시 이어가게 하고 싶은 것이 딸의 애닯은 마음이에요.

그러한 마음으로 이 작은 엽서에 제 그림과 함께 엄마의 시를 엮어보았던 것이기에...
제게 귀중한 의미를 지닌 것이랍니다. 

이제 포장을 아주 착착착 빠르고 노련하게 잘 하지요^^

대구에서 함께 공부하시는 선생님 일곱 분께서 함께 읽고 공부하시겠다고 이렇게 책을 주문해 주셨어요. 이 책을 좋은 텍스트로 읽어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럼 독자님들, 우리 곧 책 속에서 만나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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