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두려움과 마주보지 못한다면 삶의 주권을 회복할 수 없다
더 이상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착한 아이'로서 살고 싶지도,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에 둘러싸여 글과 그림으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 ― 누군가에겐 이룰 수 없는 꿈이고 누군가에겐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현실이며 누군가에겐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삶의 굴레일, 그리고 이 중 무엇으로 변할지 모르는 나의 작지만 간절한 소망. 화가가 되고 싶다던 대여섯 살의 내게 "화가는 취미로만 하는 거야"라던 그 말이 대변하는, 내게 일방적으로 부여된 이 삶의 방식은 어쩌면 내게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이고 울타리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발판도 울타리도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