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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색 Apr 11. 2021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들어는 봤나요,사람여행지

나는 집순이다. 내향적이다. 또 발이 넓지 않다.


이런 악조건의 삼위일체가 이루는 삶을 사는 나이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는 운을 누렸다. 허술하고 부족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파리라는 도시가 '여행자의 눈'을 선사했듯, 이 사람들은  나 자신과 타인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나의 마음, 생각과 행동의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춰준 '사람여행지'들에게 먼저는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 사람들은 내게서 가장 가깝거나 멀기 때문에 소개되는 게 아니다.(가까운 사람들 몇도 물론 포함되어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 책에 본인과의 일화가 소개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속상해하는 이가 없길.) 다만 각 사람의 어떤 면모를 내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개인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의 모습이 내 모습과 뚜렷하게 대비된고 생각하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생각할 만큼 색다르게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어떤 장소나 공간이 특별히 좋은 데에는 객관적으로 옳고 그른 이유가 없듯, 특정 인물들이 왜 내게 인상적이었는지에 대해 굳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따로 없다. 같은 맥락에서, 책에서 소개되는 인물들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객관적으로 특이하거나 이상하다고 말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또한, 소개되는 인물의 모습이 해당 사람의 전부가 아니기에, 이 책에서 드러나는 내용으로 인해 어느 한 사람이라도 어떻다고 쉽게 단정지어지거나 오해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본문 속 언급되는 키워드 및/혹은 아주 간략한 설명을 첨부해 인물들을 알파벳/가나다 순으로 나열했다.

A: 수학 수수께끼 애호가. 일명 '로봇.' 우울할 땐 수학 문제를 푼다.

B: 이과생. 패션 테러리스트. 무언가를 '그냥' 느끼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L: 상대방을 배려해 말을 곱게 한다. 공원 산책보다는 카트 타기를 즐긴다.

L의 지인: 계획적인 맛집 탐험가. 여행 다녀온 지역을 식당 리스트로 정리한다.

M: 자유로운 영혼. "한겨울에 활활 타오르는 불"의 사주의 소유자. 순간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N: 호쾌하며 낯가리지 않는 성격.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O: 점잖은 신사. '취미 부자.' 삶의 원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P: 자유로운 삶을 지향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이다.

R: 예민한 심미안의 소유자. 작은 소품을 사더라도 예쁜 것을 사야 한다.

T: 논리적 실증주의자. 무신론적 실존주의자. 모든 일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W: 감정 표현이 풍부한 미식가. 맛이 없다면 먹지 않는다.

아빠: 회계사 출신. ISTJ.* 걸어 다니는 가족 달력. 계획과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엄마: 숫자 바보. ESTJ.* 숲보다는 나무. 디테일과 단계를 허투루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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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딸인 필자는 INFP다. 성격유형검사 중 하나인 MBTI에 대한 오해와 논란이 다분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부모님과 굉장히 성향이 다르다' 정도로만 해두자.


각 사람과의 일화는 'Ep'라는 소제목으로 구분해 소개했다. 주제와 구성의 필요에 따라

한 사람과의 여러 에피소드,

여러 파트로 나누어진 한 에피소드, 혹은 

공통된 주제에 따라 여러 사람들과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 준비했으나,

에피소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 경우 '여담'을 추가해 잡다한 생각을 편하게 풀어나갔다.


끝으로, 에피소드의 전반적인 성격에 대한 중요한 내용 몇 가지를 간단히 짚고자 한다.

1) 모든 에피소드들은 기본적으로 허구가 아닌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기반을 두며, 필자가 기억하는 사실에 최대한 가깝게 재구성된 내용이다. 단, 한 사람과 서로 다른 시간에 겪은 사건들을 엮어 하나의 사건인 것처럼 소개하거, 비슷한 성격을 가진 여러 사람들과의 일화를 묶은 경우도 있다.

2) 내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각 사건의 어떤 면들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의 어떤 모습들은 필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런 이유로 각 등장인물은 실존하는 사람 그 자체라기보다는, 객관적인 실체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인물이라고 이해되는 것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다.

3) 어떤 경우, 내용의 구성을 위해 '작가적 상상'이라고 애써 포장할 수 있는 조미료(?)가 어느 정도 가미되었음을 고백한다. 특히, 등장하는 각 사람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일부러 허구적인 디테일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럼 이제 떠나봅시다,

누구와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하고는 할 수 없는

사람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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