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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킴 Oct 14. 2016

백설기

그냥그림





신도림에서 할머니는 떡을 판다.



방앗간하고는 거리가 먼

중국 어느 공장에서

쌀가루는 곱게 갈렸다.

희멀건한 바탕에

점점이 박힌 건포도는

한덩이 백설기가 된다.




눈이 왔다.

오지게 내렸다.


아차, 여기는 커다란 시루-

중국산 쌀가루로 땅을 빚어

걸음마다 건포도를 박아 넣는다.



어제 세상은 커다란 백설기였다.



눈발이 시려웠던 발걸음은

싸구려 백설기가 되어

천원에 팔린다.




신도림에서 할머니는 세상을 팔았다.

얼마 남는 것도 없을

야박한 쌀덩어리를,

꾸역꾸역 성실하게 잘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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