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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킴 Oct 24. 2016

사회적 동물

우리 집은 무덤이었다 이사를 다녀도


두 눈을 빛내며 팔려온 아이들은 짹짹거리다, 상추를 씹다가, 부스럭대다가 죽어버렸다 벌어진 부리 사이 눌러 붙은 본드를, 숨이 다 빠져나간 토끼의 꺼져버린 복부를, 할딱이는 박자대로 떨리는 누런 쥐털들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집에서 동물을 어떻게 키우냐는 엄마의 말 때문일까 집 문을 넘고 나간 동물들은 시체뿐이었다 기껏해야 동물인 주제에 자꾸만 다른 동물들을 죽이며 나는 죽은 짐승들의 예상 수명을 가뿐히 넘어 혼자 살아남았다


취직을 하고 오랜만에 집에 가니

하얀 개가 소파에 누워있었다 개가 나를 봤다 개가 물었다


안녕?


나는 대답했다

뭐냐, 넌


개가 대답했다


나는 사회적 동물이야

조상들이 무리 생활을 했다지 뭐야

지금 내 무리는 이 집에 사는 다섯 명의 인간이야

내 탄생과 죽음을 증언하는 게 다섯 명의 인간이라면

개의 습성에 따라 나도 인간이 되는 걸까?


글쎄, 너는
무엇이 되고 싶은데?

나는 대답했다

인간의 습성은 자꾸만 무엇이 되려는 거야

무엇이 되기 위해 집을 나서고,

무엇이 되었기 때문에 집을 나서지

집에 남은 인간들을 봐, 저 웅크린 어깨를, 메마른 혓바닥을 봐봐
목덜미를 물어뜯는 포식자가 없어도 잠을 못 자

그렇게 죽어가는 거야 무엇이 되기도 전에


그런데 있지,

집안에선 아무도 네 목에 줄을 감아놓지 않지만

나는 잠을 자다가도 목줄이 당겨진 것처럼 캑캑대

너의 꿈은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나는 목줄이 풀어지는 만큼만 달리지

무엇이 개일까 무엇이 인간일까


개들은 왜 이렇게까지 눈이 큰 걸까

무엇이 되기 전에 이미 죽어가는 눈동자

인간의 새끼로서

나는 그 눈빛을 더 받아내지 못한다


방과 방 사이에서

나는 내 자리를 찾아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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